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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세상을 위한 가정의 평화

성탄절이 지나가고 거리와 상가는 서서히 한 해를 정리하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성탄절이 점점 상업화 되면서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의 성탄 메시지가 많이 퇴색했다. 그런 이유로 2020년 새해의 화두로 “땅에는 평화”를 생각한다.

땅 위의 평화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가정의 평화이다. 왜냐하면 세상의 평화는 가정의 평화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가정을 이룬 가장을 꼽는다면 예수의 부친인 요셉일 것이다. 그는 결혼도 하기 전에 자신의 약혼녀가 임신을 하는 엄청난 사건을 겪으면서 이를 조용히 받아들이고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었다.

이런 의로운 요셉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 필자의 친구인 A목사의 교회에는 연예인들이 많다. 성탄절을 맞이해 A목사는 한 원로 코미디언의 집에서 예수께서 동정녀 마리아를 통해 이 땅에 오신 성탄 메시지를 전했다. 그런데 말씀을 전하는 중에 젊은 연예인들이 “어떻게 처녀가 아기를 낳을 수 있느냐”며 반론을 재기했다. 그때 구역예배에는 참석하지 않고 건너편 소파에 앉아서 신문을 읽던 원로 코미디언이 다가와서 후배 연예인들을 향해 “당사자인 요셉은 아무 소리 안 하는데, 너희들이 뭔데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 조용히 목사님 설교나 들어”라고 호통을 쳤다. 언뜻 그의 꾸짖음이 우스갯소리 같지만 거기에 의미심장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가정의 평화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작년에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하면서 나사렛에 있는 수태고지교회(Church of Annunciation)를 방문했을 적에 인상 깊게 본 요셉의 동상이 떠오른다.



수태고지교회는 천사 가브리엘이 나사렛의 동정녀 마리아에게 수태할 것이라고 알린 사건을 기념해 마리아의 집터 위에 세운 교회이다. 그리고 이 교회 울타리 안에는 요셉의 동굴집 위에 세운 성 요셉교회(성 가정교회)가 있고 정원에는 요셉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그런데 그의 얼굴 표정을 보면, 당시 요셉의 고민이 얼마나 깊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약혼녀 마리아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파혼을 하려고 했다. 그러자 천사가 그의 꿈에 나타나 “다윗의 자손 요셉아 네 아내 마리아 데려오기를 무서워하지 말라, 그에게 잉태된 자는 성령으로 된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요셉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고 마리아를 데리고 와서 아기가 태어나기까지 동침을 하지 않았다.

당시의 종교적, 도덕적 기준으로는 마리아가 결혼하기 전에 아이를 수태한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요셉은 가정을 지키고자 이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하나님의 천사가 전해준 말을 기억하면서 가정의 평화를 지켜 ‘성가정’이란 칭호를 받았다. 그래서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요셉교회를 방문하는 순례객들은 가정의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를 이 곳에서 드린다.


손국락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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