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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마지막 동행

[LA중앙일보] 발행 2009/02/18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09/02/17 19:15

모니카 류/카이저병원 방사선 암전문의

지난 1월말에 암 종양 학회가 LA에서 열렸다. 이 곳에서 20여년 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 의사를 만났다. 백발이 된 그는 편안히 늙어 가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반가워하며 그 동안에 있었던 가정과 직장에서의 변화를 서로 이야기 했다.

그는 "의료 업무외에도 화가로서의 삶을 즐기고 있다"며 "나는 네가 오래 전에 한 말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한 말을 20년이 지나도록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하니 약간 감동스럽기도 하고 속으로 은근히 걱정도 되어 "내가 뭐라고 했기에?"하고 되 물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고통을 너의 불행으로 만들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내가 했다는 이 말은 압축된 문장으로 표현되어 한참을 생각해 봐야 했다.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남아 있지 않은 말기 환자에게 감정에 끌려 죽는 날까지 치료를 받게 하지 말고 어느 선에서 중단하라는 뜻이었다고 그가 풀이해 주었다. 나는 겸연쩍어 "그 때 나는 지금보다 똑똑했나 보다"라고 얼버무렸다.

의사의 삶은 쉽지 않다. 전문분야와 관계없이 생명의 존귀함을 보완하는 것이 본분인 의사들은 과학이 규정한 '흑백 논리의 방정식' 안에서 답을 찾고 사는 것이 아니다. '정답' 그것도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경우는 의외로 적다.

물론 의료 행위를 통해 환자를 치료하고 아픈 것을 낫게 하고 생명을 연장시켜야 한다는 신념은 의사들을 발전하게 하고 성숙하게 만들지만 어떤 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환자에게 더 많이 고통을 주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 경우 의사들은 후회와 함께 큰 아픔을 겪게 된다.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 정답으로 나올 때 복종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05년 미국 사망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20만명이 호스피스 혜택을 받았다. 암 환자만을 계산할 때 20% 정도가 죽기 전에 호스피스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이중 3분의 1은 죽기 일주일 전에 입원했고 안타까운 사실은 10%의 환자가 죽는 날 호스피스에 왔다는 것이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많은 의사들이 예후를 알리기를 회피한다고 한다. 또 상황을 설명할 때 사실보다는 조금 좋은 색깔을 칠해 알린다고 한다. 반면 환자나 환자 가족들은 전문의의 말을 엉뚱하게 해석하는 경우가 40%가 넘는다고 한다.

60% 이상의 환자들은 합병증으로 생명을 잃을 수 있다 해도 5~10%의 적은 치유 확률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종 전 30일 동안 과중한 항암 약물치료를 받는 경우가 43%이고 2주 동안 받는 경우가 16%나 된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아프기만 하다가 마음과 재정의 준비 없이 세상을 떠난다. 재정적인 부담은 놀랄 정도로 높다.

예를 들면 대장암 말기 치료로 한 환자가 쓰는 돈은 5만달러인데 여기에 항암제가 아닌 기타 약값 엑스레이 검사 비용을 더하면 재정적 부담은 더 높아진다. 폐암 간암 등 메디케어로 지불되는 병원비 중 40%가 항암 치료비인데 2006년에 6.8조 달러가 지불됐다고 한다.

일찌감치 병로를 이해하고 의사와 환자가 종말에 이르는 길을 함께 걷는다고 해도 현명하게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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