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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더 높이 날아 먼 곳을 바라본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은 고 김영삼 대통령이 1979년 유신정권에 항거해 발표한 성명서에 나온 말이다. 닭이 울지 못하게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기어히 열리고 새날이 밝아온다는 표현이다. 전통적으로 닭울음 소리는 새벽을 알리는 알람이었다. 새벽은 새날의 첫 상징이자 시작이다.

2020년도 새벽 닭 울음소리에 어둠이 걷히고 동이 트면서 마음 설레는 새해가 밝았다. 똑같은 날들의 연속인데 새해라는 말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망, 목표, 새 출발, 도전, 시작 등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삶으로 향하는 자기 변화의 출발점으로 삼으려는 마음의 다짐을 하는 시간이 곧 새해일 것이다.

정부는 새해 국정 구상을 발표하고, 기업은 연간 목표 수익 실천을 다짐하고 가정은 새해 가훈을 세운다.



이태리 중북부의 토스카나주엔 두 도시, 피렌체와 시에나가 인접해 있다. 두 도시는 중세엔 ‘피렌체공화국’과 ‘시에나공화국’의 도시국가로 상호 경쟁 관계에 있었으며, 영토 분쟁으로 전쟁이 빈발해 경제가 낙후되고 백성들의 희생도 점차 늘어 갔다.

결국 이들은 평화 협정을 맺기로 했다. 문제는 양국의 영토 국경선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이슈였다. 그래서 짜낸 묘안이 새해 첫날 새벽에 첫 닭이 울 때 양쪽 나라에서 각각 말을 탄 기병이 출발해 만나는 지점을 국경으로 정하기로 했다. 기병의 출발은 상대 국가에서 파견된 감독이 지켜보기로 했다.

시에나국은 크고 힘센 흰 닭을 구해 모이를 잘 먹였다. 그래야 새벽 일찍 깨어 우렁차게 울어댈 것으로 여겼다. 한편 피렌체국은 작고 검은 닭을 구해 모이를 조금씩 먹였다. 배를 고프게 해서 새벽에 일찍 깨어나도록 했고 스스로 모이를 찾도록 훈련시켰다.

시에나국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검은 닭의 새벽 울음소리를 듣고 달리기 시작한 피렌체의 기병이 40여 킬로미터쯤 달려갔을 때, 시에나의 기병은 겨우 10여 킬로미터를 달려와 마주쳤다. 이 결과 피렌체는 시에나보다 훨씬 큰 면적의 영토를 차지하는 토스카나주의 최대 도시가 되었다. 새해 벽두의 닭 울음소리 대결 결과는 피렌체의 판단이 적중했다. 피렌체의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끼안띠 와인(Chianti Wine)’의 상표 라벨에는 검은 닭이 그려져 있다.

이 얘기는 새해의 출발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새해는 피렌체 기병처럼 인생사에서 너와 나 사이의 영역을 더 넓히려고 달려 나가는 출발점이다. 인생사는 늘 이상과 실천이 서로 얽혀서, 더 높고 넓은 또 하나의 현실을 만들면서 발전하고 성장해 왔다.

“높이 나는 새만이 멀리 볼 수 있다”는 리처드 바크의 말처럼, 자기의 영역과 유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이웃을 살펴 사랑하고 나누는 자가 더 높이 날아 올라 멀리 볼 수 있는 인생을 소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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