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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개인의 종교, 어울림의 신앙

[LA중앙일보] 발행 2020/01/02 미주판 23면 기사입력 2020/01/01 12:23

승효상(67)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건축가 중 하나다.

평소 활자에 담긴 그의 생각을 즐겨 읽는다. 건축론에 종교적 개념이 스며있어서다.

승효상은 “실질의 공간을 다루는 건축과 형이상학적인 종교는 서로 밀접하다”고 했다. 하양 무학로 교회, 마산 성당, 조계종불교문화센터 등 유명 종교 건축물이 그의 설계를 통해 지어졌다.

그는 줄곧 ‘빈자(貧者)의 미학’을 주창해왔다. 채워야 할 공간을 오히려 비워내자는 역설이다.

승효상의 발언을 돌아보면 그는 예수를 건축가에 빗댄 적이 있다. 건축가는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 존엄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예수가 지녔던 심령의 가난함과 애통은 성찰의 삶을 살게 함으로 이는 건축가에게도 필요한 요소로 봤다. 그러면서 예수가 광야로 걸어나갔던 건 인간에게 영혼의 집을 지어주기 위함이 아닐까 추측했다.

요즘 그는 조화를 논한다. 현재 승효상은 서울에서 ‘감성의 지형’이라는 주제로 그의 30년 건축 인생을 정리한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빈자의 미학’ 이후 ‘감성의 지형’이라는 화두를 던진 셈이다.

승효상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건축은 단지 외관이 아닌, 삶을 짓는 것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려 한다.

그는 “사람의 선함, 진실, 아름다움을 날마다 발견하게 하는 것이 좋은 건축”이라며 “이러한 건축이 모여 사람 사는 세상의 풍경, 즉 감성의 지형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수십년간 비워내가며 축조했던 각각의 건축물을 한데 모아 떠올렸더니 아마도 어우러짐의 풍경이 그려졌던 모양이다.

종교 역시 비워냄을 본질 삼는다. 내면에 가득찬 ‘나’를 비워내고 그 공간을 절대자에게 내어주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체득한 고요와 평안은 영성으로 체화된다. 영성은 ‘나’에게 끊임없이 겸손과 성숙을 이루어 가자며 읊조린다. 깊고 광활한 종교 세계에 함의된 언어로 말이다.

신(神)을 향한 신념을 기반으로 지어지는 신앙은 종교를 소유한 인간에겐 그 어느 것보다 아름다운 가치다.

짓는다는 점에서 신앙도 매순간 측량이 중요하다. 부실한 축조는 완성이 아닌 허물어짐에 이르게 해서다. 그러한 결말은 결국 인간에게 망상만 남긴다. 비워내려 했던 내면에 절대자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념으로 짓는 행위에 날마다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저마다 그렇게 자신을 비워내가며 일평생 신앙을 지어가는데, 개인이 모여 종교적 집단을 이룬 오늘날 기독교계의 모습은 부조화를 이루고 있으니 가히 모순적이다. 승효상이 던진 화두는 기독교계에도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한국의 학자들은 지난 한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이는 한 몸에 머리가 두 개인 새로, 한쪽이 죽으면 다른 한쪽도 죽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새롭게 떠오른 경자년의 해는 기독교계의 지형을 고스란히 비춘다. 종교인들은 그 빛을 자양 삼아 올 한해도 신앙을 짓기 위한 경건한 노동에 기꺼이 땀을 흘리려 한다.

공명지조. 기독교계 관점에서 반추하면 '나' 또는 '내 교회'만 잘 지어진다고 웃을 일이 아니다. 어울림을 통한 상생의 중요성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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