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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91세 동갑내기 의사 부부

샌디에이고에는 존경스러운 노부부가 살고 있다. 1940년대 후반쯤 미국에 유학 와 만나 결혼했다고 한다.

내가 30년 전에 만난 김병목 박사는 경성의대 출신으로 1981년에 한인회장직을 맡아 수행하면서 당시에 여기저기에서 맹활약을 했다. 나는 종종 멀리서 그분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최근까지도 김 박사는 의사자격증을 연장하고 자동차에 늘 청진기를 들고 다닌다. 의료보험이 없는 한인들이 찾으면 언제든지 달려가 왕진을 한다.

부인 한화심 박사는 산부인과 의사로 일했지만 워낙 조용한 분이어서 한참 후에야 알게 됐다. 지금 50대 나이인 샌디에이고 한인들 중에는 그분의 손길을 거쳐 태어난 분들도 꽤 많다고 들었다.

내가 이 노부부를 가까이 알게 된 것은 우연히 그분 댁에서 장인의 마지막 임종을 사위가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였다.



딸의 집 방안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는 아름다운 가족 관계는 정말 드물었기 때문이다. 양가가 유명한 집안이지만 알리지 않고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렀다. 다섯 해 전에는 음악교수였던 처제가 홀로 되니 집에 데리고 와 함께 살다가 양로병원으로 옮겼다. 노부부가 LA로 운전하여 만나러 가는 모습에 난 또 놀랐다.

대부분 그렇듯이 부부는 성격이 다르다. 집안일을 돌보기보다는 밖으로만 나가 활동하는 남편에 부인은 조금 불만도 있었지만 이처럼 처갓집 식구들을 돌보는 남편의 매력에 감동 받으며 동고동락하는 것 같다. 부인은 살림은 서툴지만 부엌에서 직접 요리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부부도 그렇지만 옛날 부부는 남편의 지위가 우선이어서 참고 양보하면서 살아가기에 부인과 나는 대화가 통하기도 한다.

집안에는 부부의 취미를 느낄 수 있듯 그랜드 피아노와 유명한 그림들과 수많은 책들이 거실에 가득하다.

큰아들은 명문대 영문과를 나와 유명한 전업화가가 됐다. 지난날 인생목표가 다른 부자간의 사이가 한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나는 상상이 간다. 미국에서 자라는 자녀들과 한국에서 온 부모는 문화차이와 의식변화를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즈음 김 박사의 집에는 뉴욕타임스가 매일 배달되지만 몇 해 전까지도 새벽이면 커피숍에 나가 그 곳에서 신문을 사 읽고 아침 식사를 했다. 그분의 딸도 그렇지만 동부에 사는 아들은 해마다 찾아와 부모님께 직접 요리하며 효도를 한다. 주위의 존경을 받으면서 지금도 운전하며 활기찬 삶을 사는 91세 노부부가 나의 롤 모델이다.


최미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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