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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째 막힌 속 뚫어주는 사이다···이름 '칠성'으로 지은 이유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1/10 16:03

[한국의 장수 브랜드] 21. 칠성사이다



칠성사이다 안성 공장에서 한 직원이 생산라인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롯데칠성음료]





70년 지킨 ‘소풍 필수템’ 타이틀

‘소풍삼합’이란 말이 있다. 삶은 달걀과 김밥, 그리고 칠성사이다의 꿀조합이다. 이 세 가지는 대한민국 중ㆍ장년층에게 삶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추억이다. 마음 설레는 소풍, 먼 길을 떠나는 기차 여행에 칠성사이다는 빠지지 않는 필수품이었다. 시대를 뛰어넘어 현재까지도 사이다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답답한 일이 시원하게 처리되거나 누군가 나의 답답한 마음을 대신해 속 시원하게 얘기할 때 우리는 ‘사이다’라고 표현한다.




1967년 생산된 칠성사이다. [사진 롯데칠성음료]









서울 용산구 갈월동에 있던 동방청량음료 공장의 모습. [사진 롯데칠성음료]





7명의 다른 성이 7개의 별로

칠성사이다는 6.25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1950년 5월 9일 처음 출시됐다. 최금덕, 박운석, 방계량, 주동익, 정선명, 김명근, 우상대 등 7명의 주주가 1949년 12월 15일 세운 ‘동방청량음료합명회사’의 첫 작품이었다.
이들 7명의 주주는 서로 다른 성을 갖고 있었다. 이 점에서 착안해 제품명을 ‘칠성(七姓)으로 정하려다가 회사의 영원한 번영을 다짐하는 의미에서 별을 뜻하는 성(星)자를 넣었다.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칠성(七星)’이라는 이름이 탄생한 순간이다. 새 제품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회사의 창립기념일도 1950년 5월 9일로 정했다.



동대문에 있던 칠성사이다 광고. [사진 롯데칠성음료]





그 후 칠성사이다를 만드는 회사는 동방청량음료합명회사에서 ‘한미식품공업(1967)’, ‘칠성한미음료주식회사(1973)’를 거쳐 현재의 롯데칠성음료까지 수차례 바뀌었다. 하지만 칠성사이다의 정체성만큼은 변함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사이다가 처음부터 대중적인 제품은 아니었다. 1950년 제품 출시 당시만 해도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 시급했다. 그러다 보니 칠성사이다는 소풍을 가거나 여행길에서나 가끔 마실 수 있는 고급 음료에 속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칠성사이다의 연관어로 ‘소풍’을 떠올리는 이유다.



칠성사이다 50주년 신문 광고. 변천사를 담은 이 광고도 벌써 20년 전 것이다. [사진 롯데칠성음료]






백마부대 월남 파병에도 동행…한국 음료 첫 수출

이후 사이다 시장에는 ‘킨 사이다’나 ‘천연사이다’와 같은 여러 제품이 나와 경쟁이 치열해졌다. 칠성사이다는 사카린을 넣지 않은 순수한 사이다로 이름을 알리면서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었다.

칠성사이다가 1957년 미8군 위생시험에 합격해 군납을 시작한 것은 브랜드의 랜드마크가 됐다. 1966년엔 국내 음료업계 최초로 해외 수출길에 오르면서 대외적으로도 인정을 받는 계기가 됐다. 당시 백마부대의 월남파병에도 칠성사이다는 함께한 것이다. 이는 한국 최초의 음료 수출이다.

1970년대 다국적 콜라 기업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칠성사이다는 루트 세일 방식의 판매제도를 도입했다. 루트 세일은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제조업체 직원이 전국의 동네 슈퍼마켓까지 직접 발품을 팔아 물건을 파는 형태다. 글로벌 기업이 못하는 방법으로 판매망을 넓혔고, 소매상 입장에서도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이었다.



현재의 칠성사이다. [사진 롯데칠성음료]





칠성사이다는 1990년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한국이 고도 성장기라 음료 소비가 증가했고 캔 커피나 스포츠음료 등이 출시되면서 음료 시장 파이가 커졌다. 칠성사이다는 백두에서 한라까지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곳을 소개하는 광고로 소비자 이목을 끌었다. ‘맑고 깨끗하다’는 칠성사이다이미지가 만들어진 시기다.

장수 브랜드의 공통점은 오랜 시간 소비자 기호에 어필할 수 있는 제품력이다. 칠성사이다는 70년간 쌓아온 제조공정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맛이 장점이다.

칠성사이다는 우수한 물 처리 시설을 갖추고 물을 정제한다. 이후 레몬과 라임에서 추출한 천연 향을 사용해 물과 배합한다. 인공색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국내 소비자는 70년 동안 칠성사이다의 맛에 길들여져 있다. ‘칠성사이다=사이다 본래 맛’이란 인식이 강해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더 어렵게 한다.




2017년 선보인 칠성사이다 빈티지 패키지. [사진 롯데칠성음료]





젊은 층에겐 막힌 속 풀어주고…중장년층에겐 향수를

칠성사이다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제품’이란 이미지가 있다. 젊은 층에는 막힌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는 의미로 사이다란 말이 쓰이고, 중장년층에겐 변함 없이 어디서나 마실 수 있는 음료다. 이런 칠성사이다도 트렌드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2018년 7월엔 기존 칠성사이다 대비 당과 칼로리 부담을 낮춘 ‘칠성사이다 로어슈거’가 나왔다. 평소 탄산음료를 즐겨 마시지만, 당과 칼로리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위한 제품이다.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협업한 스페셜 제품. [사진 롯데칠성음료]





앞서 2017년엔 갑갑한 상황이 후련하게 풀리는 상황을 사이다로 표현하는 점에 착안해 ‘칠성스트롱 사이다’란 제품도 나왔다. 칠성사이다의 고유한 맛과 향은 유지하면서 최대치의 탄산가스볼륨인 5.0(기존 약 3.8)을 넣어 짜릿함을 더한 제품이다.

이 외에도 칠성사이다 브랜드에 신선함을 부여한 스페셜 패키지 제품도 나왔다. 2018년 11월엔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함께 협업한 스페셜 제품이, 2017년엔 1950~90년대 칠성사이다 5개 패키지 디자인을 모은 빈티지 패키지 제품도 출시됐다.

칠성사이다는 지난해 2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협약을 맺고 ‘꿈을 전하는 칠성사이다’란 한정판 제품으로도 나왔다. 이 제품 판매수익금 일부는 영재 아동을 돕는 후원금으로 전달된다. 70살 칠성사이다는 아직 진화 중이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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