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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녹취록 속 울분 "테스트 비행 말라니, 죽으라는 것"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1/14 01:20

지난해 8월 아주대병원 국내 최초 상시 운영 헬기 도입
TF 첫 회의부터 병원장과 소음 문제 등으로 얼굴 붉혀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가 병원 수뇌부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추정되는 녹취가 공개되면서다.

‘이국종의 꿈’이라 불린 24시간 닥터헬기가 갈등의 한 축

갈등에 불을 붙인 건 ‘이국종의 꿈’이라 불렸던 닥터헬기다. 닥터헬기는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의료 처치를 담당한다. 헬기 내에서 간단한 수술까지 가능해 ‘날아다니는 응급실’로 통한다. 지난해 9월부터 아주대병원은 국내 최초로 24시간 비행하는 닥터헬기를 운영했다. 그 전까지 6개 지역서 운영하는 헬기는 안전성을 고려해 일몰 후엔 비행하지 않았다.

당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낮이든 밤이든 닥터헬기를 띄워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 센터장의 꿈이 마침내 이뤄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센터장은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기리는 의미에서 그의 호출부호 ‘ATLAS(아틀라스)’를 헬기에 새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중앙포토]






경영논리 부닥친 이국종 “안 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첫발을 떼자마자 이 센터장과 병원 경영진 사이에 잡음이 일었다. 주민들의 소음 민원과 운영상 인력 충원 등의 문제를 맞닥뜨리면서다.

14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지난해 9월 1차 ‘응급의료 전용헬기 태스크포스(TF) 회의’ 녹취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TF는 닥터헬기의 출동기준과 원내 이·착륙 안전기준 마련 등 헬기 운영 관련 주요 결정사항들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한상욱 아주대병원장을 포함해 기획조정실장, 진료부원장, 행정부원장, 권역외상센터소장 등을 팀원으로 해 꾸려졌다. 그런데 첫 회의부터 이견을 보였다. 대화 중 일부는 이렇다.

이국종 센터장=“외과 의사들 헬기 타는 사람들 저희밖에 없어요. 잘나서 그런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이를 악물고 끌어간 거라고요. 쉽지 않은 결정해서 이렇게 하는 겁니다. 헬기 소음 같은 것 때문에, 너희 때문에 힘들어 상급종합병원(평가)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말씀하시면 안 하면 됩니다. 안 하면.”

한상욱 병원장=“이 데이터 보면 (중증외상환자가)이틀에 한 번, 하루에 한 번 옵니다. 그 환자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인력과 헬기 운항이 있었는지 들여다봐야 하고….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네거티브(부정적)한 면도 많은 거죠. 말씀하신 대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지에 이를 수도 있어요. 중용을 지키면서 서로 가능한 한 엄격하게 후송하는 환자를 때로 선발도 하고 해야 하지 않나….”



지난해 9월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열린 경기도 응급의료전용헬기 출범식에서 닥터헬기가 병원 옥상 착륙장 위에 떠있다. [뉴스1]






이 센터장은 “교수 한명 증원 티오(TO·정원) 받아서 시작하고 있는데 운영상에서 어렵다고 하시지만 저는 목숨 걸고 나간다. 몇번이나 죽을 뻔했는지 모른다. 벼락 맞아서 불시착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웬만한 건 다 타협한다. 그런데 (소음 때문에) 안전 관련된 ‘테스트 비행’ 그런 걸 하지 않고 하는 건 죽으란 소리다. 헬기를 10~20분 타면 머리 두개골이 흔들린다. 몇 시간씩 하고 싶겠냐, 필요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힘들다고 박수쳐 주셔도 할까 말까다. 저희 때문에 상급병원 문제가 생긴다 자꾸 블레임(비난)이 들어오면 견디기 어렵다”고 했다.

주민이 제기한 소음 민원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

한 병원장은 “참아라, 외상환자가 중요하다 그렇게 해버리면 다른 걸 잃게 된다. 새로운 헬기가 도입됐으니 훈련이 많았다. 가능하면 앞으로 (훈련을) 줄인다고 (민원에)답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그러나 “정면돌파하지 않으면 어렵다. 훈련 때문에 그렇다고 얘기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센터장은 “헬기 때문에 시끄럽고 상급종합병원에서 타격 있고 문제 있으면 안 하시면 된다. 안 하면 된다. 정말 진심이다. 중용이나 타협은 안 된다”라고 재차 말했다.

한 원장은 경영진으로서 애로사항을 설득하려 했다. “입원환자가 1000명이 되지 않는데 외상센터가 100 병상이면 비중이 크다. 외상센터 평가를 따로 해달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이라면서 “같이 생각해야 하고 같이 합의 봐야 한다. 우리 병원의 직원 없이 외상센터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센터장은 그러나 이런 감정이 쌓인 듯 한달 뒤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이 자리에서 내일이라도 당장 닥터헬기는 고사하고 외상센터가 문을 닫아야 할 이유를 대 보라고 하면 30여 가지를 쏟아낼 수 있다. 앞으로도 많은 난항이 예상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외상센터를 위한 국가 지원금이 관계없는 일에 사용되고 있다고도 폭로했다.
한 원장은 14일 중앙일보 취재진과 통화에서 “법과 원칙을 지키자는 방침을 갖고 해왔다. 외상센터에서 요구하는 것을 승인하지 않거나 외상센터를 실망스럽게 한 적이 없다. 소음 관련해서도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 평가를 위해 모든 과가 협조해서 중증도를 높여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국종 센터장에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진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을 파면하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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