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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제재 예외 필요" 하루만에···美, 北노동자 외화벌이 막았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1/14 23:05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신화=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14일(현지시간)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에 관여한 북한 기업 등 두 곳을 제재 대상으로 올렸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해외 노동력 수출을 금지한 행정명령 13722호 등에 따라 북한 기업 남강무역회사와 중국 베이징 소재 베이징 숙박소 두 곳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트위터를 통해서도 즉각 “북한의 노동자 송출을 독려하는 기업들을 제재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의 제재 부과이자 올해 들어 첫 번째 제재 발표였다.

그런데 하필 발표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 경협 추진에 강한 의욕을 보이면서 제재 면제 또는 예외를 제안한 터라 미묘한 해석을 낳고 있다. 대북 제재 완화를 추진 중인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한국에도 모종의 '경고'를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文 “남북경협, 제재 예외 필요” 언급 하루도 안 돼 美 추가 제재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14일 오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대북 제재는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며 “필요한 경우 북한에 대한 제재에 대해 일부 면제나 예외조치를 인정하는 것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7일 신년사에서도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사업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물론 재무부의 제재 발표는 단순 행정 절차 이행이라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재무부는 그동안 제재 이행에 있어 국무부와는 별도의 트랙으로 움직여왔다. 하지만 정치적 고려를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도 발표 시점을 굳이 이렇게 잡은 배경이 석연치 않다. 더구나 이날 오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에서는 한·미 외교장관회담이 예정돼 있었다.

실제 이날 한·미 및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은 대북 제재와 관련해 시각차를 드러냈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미와 남북 대화가 선순환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지만 특정 시점에 따라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있고,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며 올해 남북 경협과 관련해 한국이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강 장관은 또 “남북 간 중요한 합의들이 있고, 제재 문제가 있다면 예외 인정을 받아 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다. 이런 것에 대해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강경화(왼쪽부터)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1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 트위터 캡처]






반면 미 국무부는 한·미 장관회담 결과자료에서 “대북 문제에 있어 한국과 긴밀한 공조를 재확인했다”는 표현을 썼다. 한ㆍ미 공조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어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선 '제재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일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은 현지 브리핑에서 “(3국 장관은) 국제 사회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금 단계에서 제재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일자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제안은) 지금 있는 대북 제재 하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자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을 살펴보면 굳건한 제재의 틀 속에서도 대화 촉진에 방점이 더 찍혔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날부터 18일까지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를 만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도 대북 제재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러시아에 대북 제재 이행 경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왼쪽)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이란 추가 제재와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재무부는 미국 정부 차원의 독자 제재만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날 발표를 하면서 이번 조치가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재무부는 “북한 정부의 지속적인 불법 노동력 수출은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와 2397호를 회피하려는 지속적인 시도”라며 “유엔 회원국은 2019년 12월 22일까지 모든 북한 노동자를 추방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도 북한의 해외 노동자 수출을 통한 외화벌이가 “유엔 제재를 위반해 북한 정부의 불법적인 수입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무부가 독자 제재를 발표하면서 유엔 안보리 제재를 서두에 거론한 것은 이번 발표에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메시지도 담겨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 고용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와 직결된다. 중·러는 그동안 자국 내 북한 노동자를 추방하는 문제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나아가 지난달 중순 양국은 북한 노동자 송출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대북제재 일부 해제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하기도 했다.

팰로앨토=임종주 특파원, 서울=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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