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진] 배우 윤정희, 백건우를 머리에 인 이유
심지어 윤 선생이 독감으로 응급실을 다녀온 다음 날도 함께였다.
그 몸으로 백 선생의 머리와 옷매무새까지 다듬어 주기까지 했다.
이런 윤 선생을 두고 백 선생이 말했다.
“연주는 물론 연습, 녹음, 인터뷰, 어디건 늘 붙어 다닙니다.
이 사람은 제게 부부요, 친구요, 매니저입니다.
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 저의 모자람을 감싸고 채워주죠.”
배우로서 자신보다 남편을 더 챙기기에 윤 선생에게 요청했다.
“백 선생을 머리에 인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어휴! 어제 응급실 다녀와서 제 얼굴이 이 모양인데….”
“한국의 어머님들은 소중한 것을 머리에 이고 다니셨잖습니까.
백 선생을 이고 사시는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을 찍고 싶습니다.”
2011년 4월, 이런 이유로 백 선생을 머리에 인 사진을 찍었다.
2019년 11월, 백 선생 인터뷰 자리에 윤정희 선생이 없었다.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백 선생이 고백했다.
“아내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으며 이미 10년 전에 시작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진을 찍었을 때도 윤 선생이 알츠하이머를 앓았던 게다.
그러고 보니 사진을 잘못 찍었다. 서로 이고 진 모습을 찍었어야 했다.
권혁재 / 한국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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