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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분열 온상된 '노인회관'

김석하/탐사보도부 데스크

노인복지회관이 허송세월과 지리멸렬도 모자라 이젠 '외부 감독관'까지 등장할 판이다. 공사 진척이 하도 지지부진하니까 땅을 대여해준 LA시가 아예 건립과 운영에 직접 관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춘 것이다. 기가 막히고 창피한 일이다.

노인복지회관 문제를 들여다보면 한인사회의 부조리와 분열 소아병적 이기심 등 온갖 구태가 그대로 담겨져 있다. 웬만한 속사정을 알지 못하면 배배 꼬인 매듭을 풀 수 없게 돼있다.

우선 드러난 것은 LA한인회와 건립추진위원회간의 알력이다.

2000년에 시작된 노인복지회관 건립 추진은 자금문제에 봉착하자 2005년 전직 한인회장인 김영태.하기환.이용태씨가 각각 3만달러를 갹출해 9만 달러의 건립 종잣돈을 모았다. 모두가 기부정신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세 명이 건립추진위를 구성해 공동위원장이 되면서 향후 갈등의 씨앗을 안게 됐다. 처음엔 문제가 없었다. 당시 현직 한인회장인 이용태씨가 동참했기 때문에 추진위와 한인회는 '한 몸'이었다.

그러나 이후 남문기 스칼렛 엄 회장으로 이어지면서 추진위와 한인회는 '딴 몸'이 됐다. 추진위는 한인회장도 회관 건립에 나서려면 자신들처럼 3만 달러를 내야한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충분한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었지만 배타적인 파워그룹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남 전 회장은 끝내 기금을 내지 않았고 엄 회장도 현재 거부하고 있다. 엄 회장은 지난 2006년 한인회장 선거에서는 노인복지회관 건립에 7만달러를 내겠다고 공약을 내세웠지만 낙선됐기 때문에 공약을 이행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한인회측은 "한인회 이름이 없다면 시정부나 교회 일반단체에서 누가 건립 비용을 내놓겠는가"라며 모든 주도권을 넘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추진위는 "자신은 정작 한 푼도 내지 않는 엄 회장에게 회관의 주도권을 넘길 순 없다"고 맞서고 있다.

건립기금 56만 달러를 낸 노인단체도 문제다. 현재 추진위 공동위원장에는 한국노인회장인 구자온씨가 들어있다. 하지만 2005년 11월 한인회에 기금을 낸 단체는 한국노인상조회도 포함돼 있다.

워낙은 한국노인회 건물을 매각한 자금이었지만 그 당시 건물을 실질적으로 소유한 단체는 한국노인상조회였다. 구 회장은 현재 한인회가 운영권을 주장하면 54만 달러 반환청구 소송을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노인상조회는 그럴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노인복지회관 건립에는 한인회장과 세 명의 추진위 공동위원장과 한국노인회장 한국노인상조회장 등 6명이 뒤섞여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노인복지회관 때문에 한인사회가 도매금으로 '거지' 취급당한 지 오래다. 한인회는 한인회대로 추진위는 추진위대로 한국정부에 50만 달러를 지원해달라며 구걸을 하고 있다. 지난 해 말 LA를 방문한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여기는 잘 사시는 곳이어서 지원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는데도 "돈 주세요 돈 주세요"만 되뇌이고 있다.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노인복지회관은 올 겨울 유난히 많은 비에 흠뻑 젖었다. 어르신들의 번듯한 사랑방을 만들겠다는 원래 취지는 이미 빗물에 씻겨 내려갔다.

비가 오면 회장.위원장들은 노인복지회관 앞에서 비를 맞고 곰곰히 생각해 보라. 나 때문에 한인사회가 거지 취급당하고 줘도 싸운다는 LA시정부의 한심스런 시선을. 추진위는 한인회 내부 특별기구로 들어가라. 한인회는 추진위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라. 그게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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