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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별기고] 핵무기 확산시대 새 지정학 판도, 한국의 갈 길은

1988년 한국의 민주화와 서울올림픽의 성공은 동서 냉전의 폐막을 알려왔고 1990년 독일 통일은 지구촌 평화 구도의 출범을 상징했다. 초강대국 간 핵전쟁이나 세계대전의 위험으로부터 일단 풀려난 지구촌은 경제 문제와 환경 문제로 관심의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2010년대로 들어서면서 유럽과 중동에서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이 커지고, 동아시아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전략무기의 실전 배치가 시도되면서 새로운 차원에서 전쟁위기가 표출되기 시작했다. 2020년에 접어들자마자 그러한 불길한 예감과 추세는 핵확산 금지 노력의 실패라는 지극히 위협적인 모양으로 구체화해 우리의 앞길을 어둡게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비핵화 합의로부터 미국의 탈퇴를 선언하면서 중동사태는 폭발성을 높여가고 있었다. 지난 연말 이라크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이 이슬람 무장단체로부터 포격을 맞으면서 상황의 폭발성은 거침없이 증대되고 있었다.

미국의 이란 군부 실세 제거 작전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사태는 아니었다. 이란이 국제사회와 합의했던 2015년 비핵화 합의 효력을 더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이나, 술레이마니 사령관의 죽음에 대한 이란의 강력한 보복을 명령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중동 아랍 세계로부터 미국을 몰아내는 데 앞장서겠다는 이란의 핵 강국화가 새 국제 역학 구도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보다 섬세한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이란·미국 대결에 더하여 이란·이스라엘 대결이 어떻게 진전될지, 그리고 러시아가 이 기회를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세력 판도 재편에 활용할지는 지속적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이란 사태에 못지않게 국제정치 판도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관심사는 지난해 말부터 지속해서 정책 전환을 위협적으로 선언해온, 그리고 이미 핵 강국임을 자처하고 있는 북한이 지금의 전환기에 임하는 자세다.

북한은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광범위한 관측에 한국 정부도 동의하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뉴스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객관적 분석과 예측으로 국제사회와 학계에서 높은 신뢰를 받는 뉴욕타임스의 데이비드 생거 기자가 지난 3일 자에 게재한 북한 입장에 대한 판단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북한 핵 군사력의 깊이와 넓이, 즉 실력을 미국에 알리려는 것이다. 그는 비핵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김정은은 미국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군축회담을 하듯이 자기와도 군축 회담에 임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것이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원했던 그의 가족에 생명보험을 얻는 길이 된다고 믿고 있다.”

이란과 북한이 핵 강국으로 등장하면 지구촌의 지정학적 판도는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국제정치의 새판짜기 과정에선 핵 보유 강국들만이 주도세력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김정은의 판단이란 것이다. 그 전제하에서 북·미 회담을 기다리는 것이며 한국을 포함한 비핵국가들은 부수적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고 취급하게 된다.

이러한 북한의 구상을 미국이나 한국·일본이 수용할 수 있는가는 별문제로 치고라도 중국이 과연 동아시아 유일의 핵 강대국이란 위치를 양보하고 북한과 더불어 두 강대국,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러시아·북한이란 세 핵 강대국 체제로 가는 변화를 수용할 수 있을지는 피할 수 없는 국제정치의 당면과제로 남게 된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유지 여부의 관점에서 중국이 지금처럼 북한만을 NPT 예외 지역으로 대우하며 실질적 핵 강국으로 수용할지, 또는 한국과 일본에 적용되고 있는 미국의 확장안보체제를 핵무기 영역에도 적용하는 것을 용인할지는 중대한 선택이 될 것이다.

만약 한·미, 미·일 안보조약을 통한 확장억제가 유럽에서 NATO의 경우처럼 어떤 형태로든 확대된다면, 그리고 북·중 관계에서도 확장억제 관계가 공식화될 수 있다면 적어도 서유럽과 동아시아에서는 핵 강국 시대의 적자생존이 아닌 제도화된 국제평화가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홍구 / 전 국무총리 유민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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