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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 해도 확 달라진다…'간헐적 채식'의 몰랐던 효과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1/18 12:52

必환경 라이프 ? 간헐적 채식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비건 라면 먹방이 등장한 한 방송 프로그램. [사진 '아이컨택트' 방송 화면 캡춰]





지난 13일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아이콘택트’에서는 밴드 ‘양반들’의 리더인 가수 전범선이 채식 전도사로 등장했다. 그는 모든 동물성 식재료를 거부하는 ‘비건(vegan·엄격한 채식주의자)’으로 밴드 멤버들에게 한 달간의 채식을 권했다. 그러면서 ‘비거뉴어리(veganuary)’라는 캠페인을 소개했다. 1월을 뜻하는 영어 단어(January)와 비건을 합한 말로 한 해가 시작되는 1월 한 달만 채식하도록 장려하는 캠페인이다. 전범선은 “전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가 문제인데 축산업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이 배출하는 양보다 많다”며 채식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엔 진행자인 강호동이 등장해 비건 식품을 시식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라끼남’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상적인 라면 먹방을 선보이고 있는 강호동은 비건 라면을 맛본 뒤 “국물이 너무 깔끔하다”며 “살은 안 찌겠다”는 다소 건조한 평을 남겨 웃음을 줬다.




올해 골든글로브는






얼마 전 한국 영화 ‘기생충’의 선전으로 화제가 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배우들을 위한 채식 만찬이 등장하기도 했다. 골든글로브의 주최측인 할리우드 외신기자 협회(HFCA)는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채식 메뉴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시상식에는 사탕무 냉 수프, 야생 버섯 리소토, 구운 양배추 등이 등장했으며 이것으로 골든글로브는 전 메뉴를 채식으로 정한 첫 번째 주요 시상식이 됐다. 지난 7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 2020’에서는 대체 고기가 화제가 됐다. 미국 대체 고기 제조 기업 ‘임파서블푸드’가 돼지고기 대체육을 처음으로 선보여 첨단 IT 기기들 사이에서 혁신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 2020에서 돼지 고기 대체육을 공개한 '임파서블푸드'. [사진 임파서블푸드 인스타그램]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채식인연명(IVU)에 따르면 전 세계 채식 인구는 1억8000만명, 그중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은 5400만명에 달한다. 한국채식연합은 국내 채식인구가 100만에서 150만명, 완전 채식은 50만명 정도로 추산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 세계 식물 기반 육류 산업(대체 고기)이 2018년에만 195억 달러(22조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건강한 식습관을 추구하고 기후 변화에 대해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일어난 결과다.

채식은 개인의 범주에서는 신념이자 취향, 기호일 수 있지만 전 지구적 관점에서는 환경 운동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카우스피러시(cowspiracy·2014)’는 육류 소비가 지구 온난화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다룬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채식을 하는 사람은 육식을 하는 사람과 비교해 50% 이하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석유는 11분의 1, 물은 13분의 1만 소비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단순히 육식을 덜 하는 것만으로도 지구에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동물 보호 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채식. [사진 카우스피러시 홈페이지]






주목할 것은 최근 비건 메뉴가 단순히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육식주의자에게도 권하는 선택지가 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국산 대체 고기 브랜드 ‘언리미트’를 시장에 공개한 지구인 컴퍼니 민금채 대표는 “육식주의자지만 가끔은 가볍게 고기를 먹고 싶을 때가 있다”며 “대체 고기가 비건 푸드를 넘어 육식주의자를 위한 가벼운 대체 식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처럼 앞으로는 엄격한 채식을 유지하지 않고 가끔 선택할 수 있는 유연한 채식 메뉴에 대한 수요도 꽤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즉, 간헐적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한국채식영양연구소 이광조 박사는 “보통 채식을 장기간 유지해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오해하는데 단 일주일만 채식해도 중성 지방 수치와 콜레스테롤 수치가 눈에 띄게 내려간다”며 “간헐적 채식도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개발된 식물성고기 ‘언리미트’. [사진 지구인컴퍼니]






지난해 10월에는 ‘오뚜기’가 비건 라면인 ‘채황’을 출시해 화제가 됐다. 채식 시장 규모가 비교적 작다고 평가받는 국내에서 식품 대기업이 채식 라면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존 대기업 식품 브랜드 중에서는 수출용을 제외하고 2013년도에 출시된 ‘농심’의 ‘야채라면’이 유일하다. 농심에 따르면 ‘야채라면’은 2013년 출시 이후 매월 20억 원 수준의 매출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농심의 전체 라면 매출이 연 2조 원에 이른다는 것을 고려하면 아직은 미미한 수치다.




다양한 소비자의 기호를 고려한 채식 라면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사진 농심 블로그]






비건 라면은 육류나 생선을 사용하지 않고 채소로 맛을 낸 라면이다. 제품에 따라 기름에 튀지기 않은 건면을 사용하거나 된장 등 기존 라면에 잘 사용하지 않은 재료를 더해 감칠맛을 낸다. 실제로 끓였을 때 건면을 사용한 쪽은 국물에 기름기가 전혀 없었을 정도로 담백하고 깔끔했다. 튀긴 면을 사용한 경우에는 아무리 채소로 맛을 낸 라면이라도 해도 깔끔한 맛이 덜했다. 라면을 먹을 때 흔히 느껴지는 강한 조미료의 맛은 전체적으로 약하다. 보통 라면에서 풍기는 진한 사골의 맛 대신 채소를 오래 끓였을 때 나오는 은은한 단맛이 난다. 라면 특유의 매콤함이나 감칠맛은 충분하기에 깔끔한 음식을 좋아하는 식성이라면 육식주의자도 무리 없는 음식이라는 결론이다.




된장을 이용해 감칠맛을 낸 채소 라면. [사진 오뚜기 인스타그램]






간헐적 채식을 하는 사람을 유연하게 채식을 한다는 의미로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라고 부른다. 채식주의를 강력한 신념의 표출로 여겼던 과거와 달리 채식에의 문턱이 낮아지는 요즘이다. 지구에도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면, 가끔 채식이라도 충분히 해볼 만한 이유가 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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