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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무모한 낙관주의 부르는 산술평균

평균 점수, 평균 소득, 평균 수명. 우리가 익숙한 평균들이다. 산술평균이라 한다. 투자 알고리즘의 성과를 평가하려면 우리가 익숙한 이 평균의 개념을 사용할 수 없다. 평균의 개념은 상식으로 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평균이 있다. 바로 기하평균이다.

투자 수익률을 생각해보자. 일정 기간 투자 결과 월평균 수익률이 5%라 하자. 1년 평균 수익률은 얼마겠는가? 답은 “이 정보만으로는 알 수 없다”다.

월평균 수익률 5%이니 1년 수익률은 5%에 12를 곱한 60%. 초보적인 오답이다. 평균 수익률 5%라는 것이 매월 일정하게 5%씩 낸 것이라면 1년 수익률은 80%가 된다. 월 5%의 복리로 1년 동안 예금한 결과와 같다. 그렇지만 투자에서 이런 고른 수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들쑥날쑥하게 되어 있다. 한 달은 20%, 한 달은 -10% 정도의 기복을 갖고 있다면 월평균 수익률은 5%지만 1년 수익률은 59%가 된다. 한 달은 60%, 한 달은 -50% 정도라면 월평균은 5%인데 1년 수익률은

-74%로 원금의 4분의 3을 날린다. 여기서 월평균 수익률 5%라는 것은 산술평균이다. 이것으로는 최종 잔고를 알 수가 없다. 같은 5%라도 이를 만드는 수치들이 들쑥날쑥할수록 수익률은 떨어진다.



반복 투자의 평균 수익률은 기하평균으로 나타내야 한다. 20%와 -10%를 반복한 산술평균 5%는 기하평균으로는 3.9%다. 60%와 -50%를 반복한 산술평균 5%는 기하평균으로는 -11%다. 이것은 매월 복리로 11%씩 손해를 보는 것과 같다. 산술평균은 모두 더한 값을 총수로 나눈 것이고, 기하평균은 모두 곱한 값을 총수만큼 제곱근 씌우는 것이다. 산술평균을 만든 값들이 모두 같을 때 기하평균은 산술평균과 일치한다. 이것이 기하평균의 상한선이다. 들쑥날쑥할수록 산술평균에서 멀어진다. 이런 수리적 구조로 인해 큰 수익과 큰 손실을 반복하면 결국은 쪽박을 찬다.

10여년 전에 어떤 투자 그룹에서 협업을 요청해왔다. 6개월쯤 운용한 결과 월평균 수익률 평균을 내니 3%이고 매월 3%씩 수익을 내면 1년에 43%가 된다는 것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월평균 수익률을 산술평균으로 계산하고 이를 기하평균 자리에 대입해서 1년 수익을 계산한 것이었다. 실제로는 수익과 손실의 편차가 커 기하평균이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착각이 드물지 않다. 반복 투자에서 기하평균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면 자금 관리를 요령 있게 하기 힘들다. 몇조 원 규모의 운용을 책임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후에도 기하평균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

산술적 관점과 기하적 관점의 차이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는 경제학의 한계효용체감 법칙이다. 월 1백만원이 주는 기쁨은 월수입이 1백만원일 때보다 월수익 1천만원일 때 훨씬 덜하다. 산술적 관점에서는 같은 1백만원이다. 하지만 기하적 관점에서 보면 기쁨은 10배 차이가 난다.

우리가 교육받아온 사고방식은 산술평균에 많이 치우쳐 있다. 몇 번의 성공을 거두고 나면 사업가는 낙관적 정신 상태가 되어 대담해진다. 한두 번의 큰 실패로 파산하곤 한다. 케인스도 사람들의 투자는 대부분 동물적 기상 탓이라 했다. 아이러니하게 이런 무모한 낙관주의 덕분에 시장이 활기를 띠고 그런 시도 중에 유니콘도 탄생한다.


문병로 /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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