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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장벽이 된 멕시코'…중미 이민자 '철통방어'에 비판

[연합뉴스] 기사입력 2020/01/26 10:32

미국행 중미 이민자 행렬, 멕시코 강경 진압에 막혀
유엔 등 우려 표시…"영혼 팔고 트럼프 장벽이 됐다" 지적도

미국행 중미 이민자 행렬, 멕시코 강경 진압에 막혀

유엔 등 우려 표시…"영혼 팔고 트럼프 장벽이 됐다" 지적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미국을 향하던 중미 이민자들의 여정이 멕시코의 '철통 방어'로 멕시코와 과테말라 국경에서 막혔다.

최근 이민자들이 쉴새 없이 몰려들던 멕시코 남부 국경은 며칠 만에 안정을 되찾았지만, 멕시코 정부의 이민자 강경 진압을 두고 비판도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며칠간 중미 이민자들과 멕시코 국가방위대가 대치했던 멕시코 남부 수치아테강 주변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올해 첫 캐러밴이 온두라스 산페드로술라를 출발한 것은 지난 15일이었다. '캐러밴'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중미 국가에서 빈곤과 폭력 등을 피해 무리를 지어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 행렬을 가리킨다.

주로 온두라스인들로 구성된 이들 행렬은 첫 경유국인 과테말라를 무사히 통과했으나 과테말라와 멕시코 국경에서 난관을 만났다.

멕시코 국가방위대는 수치아테강 다리 위 국경에서 이민자들의 통과를 막았고 이민자들은 수심이 얕은 수치아테강을 걸어서 건너며 멕시코 입국을 시도했다.

거듭된 시도 끝에 23일 새벽 수백 명 이민자가 강을 건너 북상을 이어갔으나 몇 시간 안 돼 다시 멕시코 국가방위대의 저지에 막혔다.

국가방위대는 최루탄과 진압봉, 후추 스프레이 등을 동원해 이민자들을 진압, 800여 명을 연행했다. 이들은 본국 추방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멕시코는 자국을 통과해 미국으로 가는 중미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위협까지 꺼내 들며 이민 행렬 저지를 촉구하자 멕시코 정부는 국경에 국가방위대를 대거 배치해 이민자들을 가로막았다.

이 덕분에 미국 남부 국경까지 도달하는 중미 이민자들의 수는 크게 줄었고, 멕시코는 미국의 관세 위협에서 벗어났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4일 "국가방위대가 잘 대처했다고 보고 받았다'며 국가방위대의 진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멕시코 일반 여론 역시 정부의 철통같은 국경 방어를 그다지 비판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국제기구와 인권단체 등을 중심으로 과도한 진압에 따른 인권 침해 우려가 제기됐다.

유엔 기구 멕시코 지부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멕시코의 단속이 아동 등 취약계층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멕시코는 외국인들의 입국을 통제할 권리가 있지만 과도한 무력 사용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세우겠다던 이른바 '트럼프 장벽' 역할을 멕시코 정부가 자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 윌슨센터 멕시코연구소의 덩컨 우드는 로이터통신에 "진압 방패로 이뤄진 벽이었다"며 "멕시코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멕시코 경제교육연구센터(CIDE)의 카를로스 에레디아는 일간 엘피난시에로에 "우리는 영혼을 팔고 벽이 됐다"고 자조했다.

멕시코 정부가 800여 명의 이민자를 연행한 사실을 발표하면서 '구조'라는 단어를 쓴 것을 놓고도 비판이 나온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민자들이 경찰을 피해 달아나고, 경찰은 후추 스프레이 등을 이용해 강제로 붙잡았는데 이를 구조라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멕시코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도 이민자들이 이민 브로커에 속아 위험한 여정을 감행하거나 범죄자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불법 이민자들을 붙잡는 행위를 '구조'라고 표현해 왔다.

이민 관련 연구기관의 세르히오 프리에토 디아스는 AP통신에 이 같은 용어 사용이 "군을 동원해 이민자를 억압한다는 사실을 감추고, 비이성적으로 행동한 이들을 구출한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mihye@yna.co.kr

(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고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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