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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걱정과 기도

일본에서 서점에 갔다가 ‘걱정하지 않는 연습’이라는 책에 눈이 갔습니다. 걱정이 많은 우리니까 책의 내용처럼 걱정하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샀습니다. 앞부분을 읽어보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일을 구별하는 연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둔감해지는 연습도 나와 있습니다. 지나친 신경과 걱정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겠죠. 이 책은 불교적인 관점에서 쓴 책이었습니다. 종교는 마음의 평안이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입니다. 불교도 마음의 평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수련을 하는 종교입니다. 번뇌와 고뇌에서 벗어나는 거죠.

그 책은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였습니다. 우리보다 조금 경제적으로 앞선 사회는 ‘우울’도 먼저 겪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경제가 발달할수록 비례하여 걱정도 늡니다.

걱정은 앞으로 생길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두려움, 초조함을 나타내는 감정입니다. 어쩌면 내게 닥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도 모르게 생기는 두려움을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걱정이 많으면 병이 됩니다. 지나친 걱정이 몸을 해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걱정하지 않는 연습을 하라는 거겠죠. 우리는 걱정을 안 하고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번 겪은 일은 경험이 되어 더 큰 걱정으로 자랍니다. ‘자라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것은 다 걱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걱정도 팔자’라는 말이 있는데,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걱정을 특히 많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불안하기 때문이겠죠. 지나친 걱정이 심리적으로 불안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좋은 의미에서는 걱정이 준비를 착실히 하게 하는 힘이기도 합니다. 걱정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근거에 걱정도 포함될 수 있을 겁니다. 잘은 몰라도 동물은 인간처럼 걱정하며 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걱정은 인간의 본능일 수도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인간 진화의 비밀이 걱정에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는 걱정에 대해서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걱정은 때로 우리에게 기도와 같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걱정은 그대로 기도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밖에 나갔다가 늦게 들어오면 부모는 걱정합니다. 혹시라도 이상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걱정의 마음은 무사히 잘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기도입니다. 아무래도 가족 걱정이 제일 많습니다. 가족은 걱정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기도 제목이 되기도 하는 겁니다.

주변에 누가 아프면 우리는 걱정을 합니다. 아픈 사람이 병이 낫기를 바라는 마음은 기도로 이어집니다. 내 기도가 잘 이루어지기 바랍니다. 살면서 아플 수는 있지만, 잘 나아서 힘차게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아도 걱정을 합니다. 내가 힘들까 봐 걱정하기도 하지만 나로 인해 다른 사람도 아플까 봐 걱정하기도 합니다. 내게 닥칠 일도 걱정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참으로 걱정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늘 조심스러운 것은 다른 이의 아픔에 내가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마음은 동시에 잘 되기를 바라며 하는 기도와도 같습니다. 걱정이 클수록 기도도 간절해집니다. 아프지 않고, 슬프지 않고, 괴롭지 않은데 기도가 간절해지기는 어려울 겁니다. 기도가 눈물이 되기도 합니다. 기도하면서 마음이 더 아파지고, 그러면서 서서히 걱정도 사라집니다. 간절한 마음이 걱정을 누그러뜨리는 기도가 되는 겁니다. 저는 걱정이 많은 사람입니다. 아픈 주변의 사람이 행복해지기 바랍니다. 아프더라도 꼭 행복하기 바랍니다. 더 힘을 내기 바랍니다. 제 걱정은 제 간절한 기도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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