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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카르페 디엠’ 현재를 잡아라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반복되는 말에 귀끝이 올라갔다. “무슨 일인데?” “코비 브라이언트가 헬리콥터 사고로 죽었대요. 이제 겨우 41살인데….” 식구들은 모두 놀라서 순간 말을 잃었다. 코비는 20년 동안 LA와 희로애락을 나눈 스포츠계의 영웅이자 이웃이었다. 농구의 전설인 그의 죽음은 생명의 덧없는 불가항력을 일깨운다.

코비는 연습광이자 혼을 쏟는 경기로 팬들에게 희열, 자긍심, 꿈과 영감을 주었다. 37세에 은퇴한 후로는 농구 꿈나무들과 가족에게 집중했다. 그렇게 전진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멈추었다. 보통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짐을 직감하면 ‘왜’라고 반문한다. 믿을 수 없고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비 사고 소식이 그랬다. 절박감으로 신과 거래를 시도하는 사람도 언젠가는 죽음의 문턱을 넘는 진리가 야속하기만하다.

연일 보도되는 코비의 애도와 추모에 가슴에 담겨진 얼굴들이 올라온다. 특히 친정 아버지의 생생한 모습에 그리움이 솟는다. 딸을 만나면 좋으셔서 빙그레 웃으시던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모습이었다. 대장암을 앓으시고 25년 후의 전립선암을 털지 못하셨다. 죽음의 병상에서도 뇌의 기능은 여전해서 기억과 생각은 봄의 초록같이 선명했지만 스러져가는 신체의 쇠잔함은 나의 미약함을 사무치게 했다. 한국에서 사셨어도 미국 내 집에서 매일 아버지의 환영을 보았다. 구름, 바람, 강물, 새와도 함께 계셨다. 몇 년 후 요세미티 공원에 아버지를 영원히 묻을 때는 신께 간절히 기도할 수 있는 특권이 큰 감사와 위로가 되었다.

이 세상에 서럽지 않고 아프지 않은 죽음이 있을까? 코비와 같은 유명인의 죽음도, 필부필부인 부모의 죽음도 아쉽고 안타깝다. 가슴에 묻은 아버지는 내 눈이 감길 때까지 존재하실 것이다. 진액같은 그리움은 아버지와 나의 관계가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가장 믿어주시고 아껴주던 분이다. 나는 친정 아버지 외에도 시아버님 그리고 결혼 주례를 하셨던 신부님, 이렇게 세 분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다. 아주 오래 전 한국서 맺어진 그들과의 특별한 인연이 나에게도 녹아들은 덕분이다. 세 분은 2년 간격으로 거꾸로 연세가 낮은 순서로 돌아가셨지만 이 분들을 향한 미안함과 고마움은 항상 찰랑거린다.



죽음을 허용하는 빈틈이 우리에게 있는 것일까? 옛말에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는 말이 있다. 코비가 탔던 헬리콥터에는 지형경고 시스템이 결여되어 있었고 출발 때와는 달리 도착지에 안개가 자욱했다. 상식적으로 이유와 빈틈은 성격, 습관과 환경이 빌미를 제공한다. 하지만 죽음의 근원은 생명체의 유한성으로, 이는 탄생과 동시에 받는다. 우리는 잠시 잊고 살면서 세상사에 전부를 건다. 가끔 다른 이의 죽음에 나의 종착역을 상상하면서.

삶은 주었다가 빼앗아 가는 것! 순간에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순응하면서 영원으로 들어가야 한다. 죽음을 곱씹어 볼수록 기댈 수 있는 신과 오늘 하루 시간의 대단함이 울린다. 멋진 인생? 별 것인가? 카르페 디엠! 오늘을 잡아라!


정레지나 / LA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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