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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테스의 인생역전

[LA중앙일보] 발행 2009/03/04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09/03/03 19:51

모니카 류/카이저병원 방사선 암전문의

테스는 중국계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필리핀 국적의 간호사이다. 20여년 전에 내가 일하는 곳으로 전근해 온 테스는 주간 8시간 근무가 끝나면 또 다른 병원에서 밤 일을 해 왔다.

그렇게 테스는 30년을 두 직장에서 풀타임으로 일해 온 놀라운 여자이고 엄마이다.

테스의 삶이 바뀐 것은 그녀가 31세였을 때라고 한다. 어느 날 아침에 깨어 보니 옆에서 자고 있던 남편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고 했다. 그들은 동생에게서 입양한 아이 한 명과 자신의 아이 네명 모두 다섯 명의 자녀를 기르고 있었다. 제일 어린 아이가 한살이었다고 한다. 어느 날 아침 첫 시간에 수술을 해야 하기에 일찍 오피스에 도착 한 적이 있다. 당일 수술방 설치 준비는 테스가 하는데 테스가 안 보였다.

기술사가 "선생님 테스는 정확히 15분 정도 기다려야 깰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무슨 이야기인데?"

"아 그럴 일이 있습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밤 일을 다른 병원에서 끝내고 일찍 도착하는 테스를 동료 기술사들이 잠을 자도록 도와주고 테스가 출근해야 하는 시간이 되면 깨워 주곤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테스가 1분이라도 더 쉴 수 있게 동료들이 배려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집에서는 엄마 대신 큰 딸이 동생들을 거두었다. 큰 딸이 대학에 입학해 집을 떠났을 때 그 동생이 자리를 메워 주며 온 식구들이 서로를 도왔다.

큰 딸은 졸업장을 받을 때 단상에서 관중을 향해 돌아서서 한손엔 졸업장을 또 다른 손엔 꽃다발을 높이 쳐들고 많은 관중 속 어딘가에 앉아 있는 엄마를 향해 "엄마! 드디어 우리는 해 냈어요"하고 외쳤다고 한다.

그러한 큰 딸의 모습은 빅스크린으로 방영됐다고 한다.

결혼식에는 보통 아버지가 딸을 사위에게 건넨다. '남자'의 자리라고 믿은 테스는 시동생에게 남편이 설 자리를 양보하려 했다.

딸은 "엄마가 받을 영광의 자리인데 왜 삼촌이 해야 돼요?"

웨딩 마치에 맞추어 단상을 향해 딸 손목을 잡고 걷던 테스는 눈물이 흘러 앞이 안 보였단다. 딸은 테스의 귀에 '엄마 울지마…'하고 속삭였다는 것이다.

테스는 오늘도 두 곳에서 일한다. 지금은 집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환자를 돌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때때로 큰 딸이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뉴질랜드에 다니러 갔다가 몇십년을 못 갔던 고향 필리핀도 간다. 젊어서 못 했던 성지 순례도 다닌다.

젊어서 홀로 되었던 테스의 하루 하루의 삶은 집념과 소망 아이들의 이해와 협조 자신의 희생과 신앙 없이는 불가능 했을 것이다. 또 테스를 돕는 동료들과 친구들이 있었으므로 그녀의 삶은 무겁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테스가 가졌던 소망과 집념은 돈으로 산 것이 아니었다. 테스 자녀들의 이해와 협조도 돈으로 산 것이 아닌 공짜였다. 테스가 보여준 희생과 아이들을 향한 사랑도 아이들에게 거져 준 공짜였다. 친구 동료들이 보여준 관심과 배려도 테스가 공짜로 받은 것이었다. 테스가 가졌던 아니 지금도 갖고 있는 신앙도 그냥 주어진 공짜였다.

돈을 주고 받으며 하는 세상 일에는 공짜가 없다. 그러나 인생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많은 귀한 것들이 있는데 그것은 모두 공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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