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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퇴원 미국 '신종코로나' 환자, 에볼라 치료제 썼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2/03 23:45

우한 방문한 35세 남성, 경고 보고 스스로 응급실로
"감기인줄 알았는데"…증상 약해도 바이러스 뿜을수도
연구진 "건강한 성인, 진단·치료 빠르면 위험 덜해"



미국 서부 워싱턴주의 프로비던스 메디컬센터에 격리입원해있던 35세 남성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치료를 끝내고 처음으로 퇴원했다. 이 남성의 자세한 증상과 치료법은 지난달 31일 의학저널 NEJM에 실렸다. [AFP=연합뉴스]






미국에서 가장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을 받았던 35세 남성이 퇴원했다. 3일 미국 워싱턴주 에버렛의 프로비던스 병원에 따르면 이 남성은 완치 후 집에서 자가 격리 중이다.

이 환자는 지난달 31일 미국의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증상과 검사결과가 자세히 보고됐다. 이 논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감염에 관한 첫 사례 보고인 동시에, 빠른 진단과 치료를 받는다면 건강한 성인에게서는 치명적으로 위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환자 스스로 응급실…처음엔 감기증상 뿐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 첫 확진을 받고 처음으로 퇴원한 35세 남성의 증상을 일자별로 정리한 자료. [자료 NEJM]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논문 등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응급실을 찾은 이 남성은 지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으로, 중국 우한을 방문한 뒤 지난달 15일 미국으로 귀국했다. 그는 귀국 직후 마른기침과 미열 등 가벼운 감기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이 환자는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서 '우한을 방문한 적이 있고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검사를 받으라'는 안내문을 보고 병원을 찾았다. 그는 우한을 방문하긴 했지만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꼽힌 화난 수산시장은 간 적이 없었다. 만났던 사람 중 감기 증세를 보인 이도 없었다.

그는 지난달 20일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치료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나타나 오랫동안 지속된 증상은 마른기침과 피로다. 입원 당시엔 체온이 37.2도로 열도 높지 않았고, 2~4일 정도 지속된 울렁거림과 구토 때문에 약간의 탈수 증상이 있는 정도였다.


5일째 폐렴 증세…에볼라 치료제 썼다



지난 2014년 에볼라가 발병했을 때 라이베리아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있는 보건당국 요원들. [EPA=연합뉴스]






입원 2일째부터 7일째까지 종종 39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해, 의료진은 해열제와 기침약, 수액 등을 주로 투여했다.

이 환자도 폐렴까지 진행됐다. 5일째부터 폐렴 증세 및 X-선 소견이 있었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콧줄로 산소를 공급받았다.

항생제를 썼지만 6일째 상태가 더 나빠지자, 의료진은 7일째부터 에볼라 치료제로 쓰이는 렘데시비르(remdesivir)를 쓰기 시작했다.

8일째에 들어서 환자의 상태는 급격히 좋아졌다. 산소 투여도 중단하고, 입맛도 돌아오는 등 마른기침과 콧물 빼고는 완벽한 컨디션을 회복했다.

논문에서 연구진은 "증상 발생 9일(입원 5일)부터 폐렴이 생기는 패턴은 중국 사례들과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에볼라 치료제인 렘데시비르를 이번 바이러스 감염증에 쓰는 게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붙였다.


증상 약할 때도 바이러스 다량 검출



미국 첫 환자 신종코로나(입원 6일차, 증상 10일차) 환자 엑스레이 사진. 양쪽 폐 아래쪽이 정상보다 조금 더 하얗게 보이는 건 염증이 있을 가능성을 나타낸다. [자료 NEJM]






연구진은 주기적으로 환자의 목, 코, 혈액, 변에서 각각 바이러스 검사를 했다. 모든 검사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는 올해 '2019-CoV'라고 알려진 바이러스와 아주 미세한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똑같았다.

증상이 심하지 않았던 4일째 검사에서 목, 코 모두 많은 양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증상이 심해진 7일째에도 역시 바이러스가 많이 검출됐고, 11일째부터는 바이러스의 양이 줄어들더니 12일째에는 목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을 정도로 양이 줄었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증상이 거의 없어도 전파력이 강할 수도 있다는 증거"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환자가 설사했던 2일째의 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연구진은 "호흡기 외의 바이러스가 감염력이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며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분석했다.

약한 감기와 구별 어려워…우한 접촉 파악 중요
연구진은 "이 환자는 약한 감기 정도의 증상밖에 없었다"며 "원래도 각종 바이러스가 많은 겨울에는 초반에 신종코로나 감염을 제대로 가려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 사례에서 중요한 부분은 환자가 직접 CDC 경고를 보고 찾아온 것, 우한 방문력을 보고 바로 격리 후 진단, 입원시킨 것"이라며 "우한 방문 여부나 주변 사람 접촉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중국에서 각종 호흡기증후군, 심장 손상, 호흡부전, 심각한 폐렴 등이 보고됐지만 그건 ‘폐렴’ 때문에 발생하는 부차적 증상들인데 바이러스의 독성을 심각해 보이게 한다”며 “바이러스 자체의 독성보다, 더 넓게 확산하는 걸 막기 위해 빠른 발견과 격리가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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