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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우한의 '교민' 또는 동포들

요즘 한국 뉴스에 ‘교민’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우한에서 교민 330명을 태운 두 번째 전세기가 김포에 도착했다’ ‘교민들은 아산과 진천에 분산 수용돼있다.’ 교민(僑民)이라는 말이 결국은 우리들 이민자를 두고 하는 말이라 매우 친숙하게 들려야 할 텐데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언제부턴가 안 쓰기로 한 용어를 이번에 새삼스레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80년대 만해도 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통칭해서 교포니 교민이니 하는 말로 불렀다. 그러나 교포나 교민이라고 할 때의 '교(僑)’자는 ‘외국에 나가 임시로 살고 있거나 떠돌이 생활을 하는 자국 국민’이라는 다소 비아냥대는 뜻이 있다고 해서 90년대부터는 ‘재외동포’ 또는 ‘재외한인’이라는 용어로 통일해 사용하고 있으며 외교부의 공식 명칭도 그렇게 준용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의 언론들이 때없이 교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의아스럽다. 행여 한국 언론인들 머릿속에 잠재해 있는 재외동포에 대한 일종의 우월감이나 시혜의식이 있었기 때문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처음에 아산이나 진천 주민들이 우한 동포들을 받지 않겠다고 배척 할 때도 주요 언론들은 동포애를 호소하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진정시키는 대신 ‘왜 하필 그 장소냐’며 정부의 결정을 비난하는 갈등 조장에만 동조하고 있었다.

굴절된 일부 언론인들의 그런 시각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우한의 동포들을 국내로 데려온 것은 ‘누구든지 인종, 국적, 성별, 사상 그 밖의 이유로 어려운 때 부당한 차별적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천한 장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어려운 때 도움을 주는 고국이 있다는 것과 그 고국의 국력이 그만큼 당당했기에 강대국 반열에 끼어 자국민을 구출해 올 수 있었다는 사실은 같은 시대를 사는 이민자로서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이런 때 감염예상자들의 입국을 막고 접촉을 금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그 당사자나 그 집단을 원망하고 혐오해서는 안 된다. 중국이라고 그런 일을 하고 싶어 그런 것은 아닐 텐데 까닭 없이 중국이나 중국인에 대해 혐오감, 적대감을 갖는 것은 우리부터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지금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오렌지카운티 일부지역에서는 이미 중국인들이나 중국 유학생을 기피하는 현상이 일고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에게 그런 혐오 현상이 벌어질 때는 우리 아시아계가 더불어 피해를 볼 수 있는 일이기에 조심해야 한다. 훗날 우리도 겪을 수 있다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 한민족의 이민사에는 인종 간 혐오로 빚어진 아픈 기억이 있다. 1923년 일본의 관동대지진 때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이 방화를 했다'느니 '우물에 독을 풀었다'느니 하는 허무맹랑한 유언비어를 퍼뜨려 조선인 2만3000여 명을 닥치는 대로 학살했던 사건을 우리는 잊지 못한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933년 러시아 땅 연해주에서는 러시아가 연해주에 거주하는 재러동포, 고려인들 모두가 '일본인 첩자'일 수 있다는 황당한 누명을 씌워 18만 명이나 되는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던 기막힌 역사도 있었다.

도시가 온통 유령화 돼버린 우한 시에는 300명에 달하는 재중 동포가 남아 있다는데 그들은 어떻게 지나고 있을까. 가까운 사람들과 재산을 남겨두고 고국에 피난 와있는 사람들인들 지금 마음은 얼마나 불안하고 걱정이 될까. 하루 빨리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끝나 한국에 와있던 동포들은 모두 건강하게 우한에 돌아가게 되고 거기 남아 있던 동포들도 무사하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바란다. 그리고 동병상련의 이런 일을 계기로 750만 재외동포들이 서로 연민의 정으로 끌어안으며 긴밀하게 연대해 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용현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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