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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욕설금지 주간'

[LA중앙일보] 발행 2009/03/05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09/03/04 19:28

이종호/편집2팀장

요즘 한국 연예인들의 욕설이 자주 문제가 되고 있다. TV나 라디오에서 무심코 내뱉은 비속어나 상말로 곤욕을 치르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영화를 봐도 욕이 없으면 대화가 이어지질 않는다. 그만큼 욕이 일상화 되고 면역이 된 것이다.

동창회에 가거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옛 친구를 만나도 말은 거칠고 질펀해진다.

"야 이 새끼 이거 살아 있었구나"

"문디 자슥 지랄하고 자빠졌네"

부산서 함께 자란 나의 옛 친구들도 오랜만에 만나면 으레 이런 소리들을 한다. 그러나 이런 말은 욕이라기 보다 친밀감을 나타내는 일종의 반어법이다.

요즘도 그런지 모르지만 이전에 한국에는 지방마다 욕쟁이 할머니 식당이 하나쯤은 꼭 있었다. 그런 식당에는 멀쩡한 사람들이 할머니에게 그렇게 욕을 먹어가면서도 줄을 서서 음식을 먹었다. 세상이 각박하다 보니 욕을 먹을지언정 그 밑바닥에 흐르는 인정이 그리웠던 것이다.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아 신경이 날카로워졌을 때 사람들은 욕을 한다. 전쟁 같은 극도의 사회적 불안이 지속될 때나 요즘같이 불황이 극심할 때도 입심이 거칠어진다. 욕이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장치인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 욕은 해가 훨씬 더 크다. 언어를 혼탁하게 하고 마음을 비뚤어지게 하며 세상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이 욕이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 말이든지 욕이 없는 언어는 없다. 욕 중에는 성(sex)에 관한 것이 가장 많고 신체부위나 동물 질병 죽음에 관한 것들도 세계 공통이다.

성에 관한 욕은 성기 및 성행위에 관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욕은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사회적 금기사항들이다. 그것을 내뱉음으로써 욕을 듣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씻을 수 없는 모욕을 느끼게 만든다.

지랄 병신 육갑 환장같이 특정 질병을 거론하거나 비하하는 것도 많다.

죽음을 들먹이는 것도 어느 문화권을 막론하고 심한 욕이 된다. 옛날에는 돌림병에 걸리면 대부분 죽어 나갔는데 그래서 나온 것이 '염병할'이다. '뒈져라'나 '거꾸러질 놈' 영어의 갓댐(god damn) 같은 말도 죽음의 저주를 담은 해서는 안될 욕이다.

동물에 관한 욕으로는 단연 개(dog)가 으뜸이다. 어떤 말이든지 앞에 '개-'라는 접두사만 붙이면 엄청난 욕이 된다는 것 쯤은 한국에선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이미 터득한다.

형벌에 관한 욕도 많은데 죄인을 묶는 포승에서 나온 우라질이나 오라질 그리고 육시처참(戮屍處斬) 같은 참혹한 것들이 그것이다.

캘리포니아의 LA카운티가 3월 첫 주를 '욕설 금지주간(No Cussing week)'으로 정했다는 소식이다. 처음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15세 소년이었다고 하니 대견도 하다. 그는 주변 친구들이 무시로 욕을 하는 것을 보며 클럽을 만들고 웹사이트를 통해 '욕 안 하기 운동'을 펼쳤다고 한다.

그러자 순식간에 2만 여명이 동조를 했다니 미국도 요즘 거친 말에 상처 입는 사람들이 많긴 많았나 보다.

러시아의 문호 막심 고리키는 이렇게 말했다.

"욕은 한꺼번에 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욕을 먹는 사람 욕을 전하는 사람 그리고 욕설을 내뱉는 사람. 그러나 가장 심하게 상처를 입는 자는 욕을 내 뱉는 그 사람 자신이다."

요즘 같이 모두가 힘들어 하는 때 한 마디를 해도 덕이 되는 말 위안이 되는 말을 하려는 마음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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