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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맥아더공원서 만난 친구

서효원 / LA
서효원 / LA  

[LA중앙일보] 발행 2020/02/06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20/02/05 19:26

맥아더 공원에서 낚시를 하는 한 흑인을 만났다. 이 남자와는 아는 사이도 아니고 내가 특별히 흑인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친구가 됐다.

나는 개를 보면 그냥 지나치치 못하고 휘파람을 부는 습관이 있다. 그 흑인이 데리고 다니는 개는 조그만 하얀 푸들이다. 푸들은 사람이 쳐다 보면 짓는 것이 보통인데 이 개는 꼬리를 쳤다.

자신의 개가 타인을 향해 꼬리를 치면 개 주인의 행동은 대개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걷는 속도를 빨리 해서 급히 지나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속도를 늦추고 개에게 또는 나에게 인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 주인은 개와 나에게 인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만져보게도 했다.

나는 그 이후로 개와 친구가 됐고 개의 주인인 흑인과도 친구가 됐다. 하루는 그 주인이 직접 잡은 커다란 잉어를 깨끗이 손질해서 주었다. 나는 지금도 그 잉어를 냉동실에 넣어두고 조금씩 꺼내 먹는다.

개 주인이 며칠 전에 생일을 맞았다. 나는 음표가 적혀 있는 버린 악보 종이에 초콜릿바 한 개를 싸서 선물을 했다. 음표 사이에 ‘해피버스데이 투 유’를 다섯 번 적었다. 그는 내가 부르는 생일축하 노래를 다섯 번 들었다고 말했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흑인의 집에는 아내와 자식이 없는 것 같다. 하루는 그가 “머무를 곳과 약간의 돈이 있으니 나는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나는 생각해 본다. 이 사람이 머무는 곳은 어떤 곳일까. 악마는 손질이 잘 된 깨끗한 집을 들여다 본다는 말이 있다. 혹시 머물 수 있을까 해서다. 나는 이 흑인의 집은 정리가 잘 안 되고 누추한 곳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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