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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나의 가치

값어치라는 말은 그 값에 해당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값에 맞게 살면 값어치 있는 삶이 됩니다. 값어치의 한자어가 가치(價値)입니다. 그럼 우리의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요? 사람은 저마다 가치가 다를 겁니다. 가치의 무게가 다르기에 받는 월급도 다르고, 대우도 다르겠지요. 통 마음에 안 드는 일이지만 사람의 가치를 다르게 취급하고 취급받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로 여겨집니다. 가치를 평가하는 게 불평등의 근거가 되는 세상입니다.

자신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받는 월급을 자신의 가치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다른 직장으로 옮길 때 받을 수 있는 월급이 자신의 가치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등골이 오싹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직장을 옮기면 지금처럼 나를 대우해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직(移職)조차 받아주지 않을 가능성도 큽니다. 저도 제가 다른 대학으로 간다면 받아는 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현재의 직장을 열심히 다녀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받는 나의 가치를 이야기하니 좀 슬픈 생각도 듭니다. 나의 능력에 따라 내 가치가 결정된다고 생각하면 우리에게 경쟁이 일상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그보다 앞서야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경쟁은 사람을 흥분시키기도 하지만, 그 경쟁으로 인해 우울하게도 합니다. 이겨도 우울할 때가 있고, 지면 그야말로 견딜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나의 가치가 원망스럽고, 답답하기도 한 거죠.

그런데 어느 날 나의 가치에 대해서, 사람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건 가족이 아프거나 세상을 떠나는 장면이었습니다. 고칠 수 없는 병이거나 죽음에 이르는 병인 경우라면 어떤 희생을 다 해서라도 고쳐주고 싶을 겁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바쳐서도 고쳐주고 싶은 겁니다. 지금 내가 가진 것뿐 아니라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바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한계조차 없는 겁니다. 가족의 건강은 이렇듯 내 모든 것과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가족 한 명 한 명의 가치는 실로 엄청난 겁니다.



더 심하게는 내 목숨과도 바꾸겠다는 말도 합니다. 아이가 아픈 부모는 내 목숨을 바쳐서 아이가 건강해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말을 합니다. 저는 그 말이 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부모니까요. 실제로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 대신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식을 살리려고 부모가 목숨을 버렸다는 기사는 가슴 아픈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놀라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에게도 똑같은 상황이 온다면 그렇게 할 겁니다. 길게 생각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저희 아이들의 가치는 참으로 크고 놀랍습니다. 제가 가진 모든 물질적인 것과 제 목숨까지도 아이의 가치에 포함되니 말입니다. 게다가 본인이 가진 가치까지 더하면 정말 엄청난 가치가 됩니다. 그 누구의 가치도 부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이 충분히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겁니다.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저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의 부모님도 저의 생각과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제 가치에는 부모님의 모든 것이 담겨있습니다. 제가 함부로 저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습니다. 내가 참 귀하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잘난 척을 하는 게 아닙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기억하는 겁니다. 내가 귀한 줄 알고 나면 남도 귀한 줄 알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가치 속에도 그 사람의 부모와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가치는 얼마입니까? 하늘만큼 땅만큼 아닙니까?


조현용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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