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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카미노 순례길

스페인 카미노데산티아고(이하 카미노) 순례길은 나의 내면으로의 여행이다. 자기와의 대화이며 자기 성찰이다. 외형적으로는 800km 길을 걷지만 단순한 걷기만은 아니다.

카미노 길에서는 매일 새벽 일찍 일어나 배낭을 꾸리고 조그만 랜턴에 의지해 깜깜한 길을 나선다. 한 시간 후쯤 걷다가 뒤를 보면 주위가 조금씩 밝아지며 하늘은 노랑, 빨강 물감을 가득 풀어 놓은 듯하다. 그리고 조금 지나면 파란색 물감으로 다시 하늘을 덮는다. 구름이 조금 낀 날은 더욱 멋있다.

부지런히 앞만 보고 걷는 순례자들에게 뒤를 보라고 하니 가는 길 멈추고 모두들 사진 찍기에 바쁘다. 같은 길을 걸어도 어디를 보고 있느냐에 따라서 180도 달라진다.

우리 삶도 비슷한 면이 있지 않은지? 동시대에 같은 시간, 장소에, 동일한 교육, 동일한 사건을 보고도 한 사람은 우측만, 다른 사람은 좌측만 본다. 그러면서 상대방을 비난하고 싸우며 타협의 의지가 전혀 없다. 그런 것을 떠나서라도 고개만 조금 돌리면 더 아름다운 광경이 있는데 정신없이 앞만 보고 가는 이들에게 “고개를 돌려 보세요”라는 외침이 누구에겐 종교가, 누구에겐 삶의 새로운 방식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조그만 사건이 어떤 이에게는 일생이 바뀌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와서 뒤는커녕 옆을 볼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 누군가 뒤를 보라고 이야기 해 준 사람도 없었지만 순례길에서 내면으로의 여행을 통해서 나 자신을 조금씩 찾아 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더 아름다운 세상을 보도록 시야를 넓혀야겠다. 천상병 시인처럼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 할 수 있도록.


배원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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