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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영화 ‘기생충’은 재미있다”

[LA중앙일보] 발행 2020/02/14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20/02/13 19:48

“영화 '기생충’은 재미있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평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와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 작품성으로 최고상을 석권한 영화를 두고 ‘재미' 운운은 불경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반지하 백수 가족이 부잣집에 차례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사건은 분명 재미가 있다. 기발한 상상력과 상황 설정은 작품주제와 대비되면서 희비극의 경계를 넘나든다.

영화 속 상징과 은유, 공간의 대비, 냄새의 의미를 몰라도 상관없다. 난데없이 등장한 듯한 수석과 인디언 분장의 숨은 뜻을 굳이 따질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영화가 던지는 사회양극화 문제, 위선과 허위 등의 묵직한 메시지는 남는다.

'기생충’은 오스카상 수상 전인 지난해이미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뛰어난 작품성만으로 1000만을 넘어서기는 어렵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역대 어느 한국 영화도 500만을 못 넘었다. 일부 작품은 흥행에 실패했고, 평론가들로부터 '일반인이 이해 못 하는’ 극찬만 받았다. '기생충’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았다.

영화는 철저히 대중에 기반하는 예술이다. 다른 분야와 달리 ‘순수’와 ‘대중’의 경계가 모호하다. 불특정 다수가 관객이고, 시간과 공간의 제한도 없다. 수천 개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돼 관객을 일시에 찾아간다. 전달 과정도 눈과 귀를 통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특성이 있다. 반면 문학은 활자, 음악은 공연, 미술은 전시를 매개로 한다. 문화 소비층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

대중성이 상업성과 동일시 되면서 작품성의 반대개념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중적 인기가 영화 본연의 작품성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대중성은 오히려 다른 예술 장르가 못 갖는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다.

1955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중년남성의 소녀에 대한 성적 욕망을 소재로 ‘롤리타’라는 충격적인 작품을 발표했지만 더 큰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1962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동명의 영화를 제작했을 때였다. 화성 연쇄살인사건도 영화 '살인의 추억’이 개봉되면서 전국민의 관심과 사회적 파장을 증폭시켰다.

관객 동원수는 작품성과 무관하고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영화평론가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대중의 반응을 무시할 수 없다. 관객동원에 성공했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과 교류하고 소통했다는 의미다. 관객동원에 실패한 영화가 작품성이라는 이름으로 보상받을 수는 없다. 작품의 완성도 없이 대중성만 겨냥한 영화에 1000만 관객이 모이지는 않는다. 개인의 기호에는 편견이 개입하지만 다수의 공감은 평가를 객관화한다.

난해해야 뛰어난 작품이 된다는 일념으로 일부 문학가는 글을 쓰고 여기에 평론가들은 더 난해한 말로 비평을 하기도 한다. 문학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다수를 대상으로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는 예술이다. 영화의 힘은 대중에서 나오고 평가도 대중의 몫이다. 소수의 영화 전문가들에게만 회자되는 영화는 대중성을 상실한다.

모든 예술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의 접점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프랑스 작가 발자크도 예술은 작품성과 대중성의 황금 비율을 추구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작품성에 집중하면 대중에서 유리되고 대중성에 영합하면 작품 가치는 떨어진다.

'기생충’은 작품성과 대중성의 줄다리기에서 절묘한 조화를 찾았다. 영화상 수상 작품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견도 깼다. 영화 ‘기생충’에 거창한 의미의 현학적 찬사가 쏟아지지만, 어쩌면 '재미있다'는 소박한 감상이 더 큰 찬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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