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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어린아이 같이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2/17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20/02/16 19:35

애 같다는 소리를 들으면 왠지 욕을 먹은 느낌일 겁니다. 어려 보이는 건 좋아도 애 같은 것은 싫은 것이지요. 그러면서도 아기의 모습을 보면 한없이 예쁘게 느껴집니다. 절로 웃음이 납니다. 이렇게 아이는 두 가지 모습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닮고 싶기도 하고 벗어나고 싶기도 한 양면 말입니다.

어린아이 같다는 말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나뉩니다. 하나는 어리석다는 의미입니다. 애 같다는 말이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죠. 떼를 쓰고 욕심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 어리석음이 느껴집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모습을 보일 때도 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말에서는 옛날에 어리다는 말이 어리석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훈민정음에 나오는 어린 백성이라는 말이 어리석은 백성이라는 의미입니다. 아무래도 어리면 판단에 서툴게 마련입니다. 당연히 실수가 많겠죠. 가르침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리다의 다른 의미는 순수하다는 뜻입니다. 성선설을 믿는 사람에게는 두 번째 의미가 크게 다가올 겁니다. 어린아이 같지 않고는 천국에 갈 수 없다는 말에도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느껴집니다. 아가의 모습을 보면 티 하나 없이 맑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고울까요? 보드라운 살갗이며 아가의 냄새며 보고만 있어도 행복을 줍니다. 우리가 살면서 아가의 순수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아이의 어떤 점이 아이를 좋게 평가하게 했을까요? 어린아이, 특히 아가들을 생각해 봅니다. 어린아이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감 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이 슬프면 자기도 슬프고, 다른 아이들이 기쁘면 자기도 기쁩니다. 누가 울면 따라 우는 게 본능입니다. 한 아이가 울면 아이들은 이유도 모르고 따라 웁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아이가 우니까 나도 울었을 겁니다. 그게 이유입니다. 생명의 신비마저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자라면서 쉽게 사라지는 게 이 공감 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억누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슬픔이 내 슬픔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문제입니다. 그게 더 슬픈 일입니다. 그래도 슬픔에 대한 공감은 비교적 잘 유지가 됩니다. 기쁨에 대한 공감 능력은 더 큰 문제입니다. 웃음을 잃은 어른이 많습니다. 사진을 보면 웃는 모습을 찾기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의 기쁨을 축하하거나 함께 하는 일에 무척 서툴러집니다. 웃음도 어쩌면 억눌려 있는 것일 수 있겠습니다. 경쟁해야 하니 축하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기 때를 돌아보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일에도 장점을 보입니다. 말을 하려면 우선 잘 들어야 합니다. 잘 듣는 게 세상을 배우는 시작입니다. 관심을 갖고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듣는 게 상대를 기쁘게 합니다. 엄마·아빠·할머니·할아버지는 내 말을 듣는 아가의 모습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그리고 솔직한 질문, 궁금증은 좋은 겁니다. 누굴 골탕 먹이려고 하거나 괴롭히려는 질문이 아닙니다. 몰라도 가만있거나 의심이 돼도 그냥 있는 것은 사실은 못 믿는 것이겠죠. 아이들은 몸으로 얻어질 때까지 묻고, 해 보고, 그리고 믿습니다. 그게 믿음이라는 생각입니다. 예전에는 제대로 배울 때는 모두 듣는 교육이었습니다. 노래를 배울 때도, 학문을 배울 때도 듣는 게 가장 우선하는 가치였습니다. 잘 들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세상을 향해 걷게 됩니다. 아이가 첫발을 내디딜 때, 한 계단을 오를 때, 침대에서 내려올 때 거기에는 믿음과 시도가 만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몸으로 얻는 체득의 순간입니다. 나이를 안 먹을 수 없고, 세상에 적응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어린아이의 공감과 궁금증 그리고 믿음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게 우리를 진정으로 인간답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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