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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美대통령, 난 뽑지만···" 부티지지 지지층도 당선 물음표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2/17 12:03

"미국은 아직 토론회에서 남편에게 키스하는 게이를 대통령으로 뽑을 준비가 안 됐다."(러시 림보)

보수 성향 라디오 진행자의 한 마디가 미국 전역에서 '동성애자 대통령'에 대한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러시 림보(가운데)가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유의 메달'을 수여받고 기뻐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청취자가 많은 보수 언론인 중 한 명이다. [AP=연합뉴스]





CNN은 16일(현지시간) 피트 부티지지(47)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자신을 겨냥한 러시 림보의 발언에 대해 "나는 남편을 사랑하고, 그에게 충실하다"며 "림보 같은 사람이 가족의 가치에 대해 잔소리하는 건 듣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대선 역사상 최초, 정체성 밝힌 성 소수자 후보
부티지지는 최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5일 미국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고, 지난 11일 치러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26.0%)에 이어 2위(24.4%)에 올랐다. 부티지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 경험이 있는 건실한 크리스천이자 교사인 남편을 둔 동성애자다.

부티지지는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지 않는다. 지난 주 CNN 인터뷰에서 부티지지는 "내가 여기 서 있다는 것, 그리고 내 남편이 저 밑에서 관중들과 함께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건 이 나라에 당신이 있을 자리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놀라운 예시"라고 말했다.

이런 특성 탓에 부티지지는 보수 방송인들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러시 림보는 자신의 방송에서 "그들을 둘러싼 대단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직 게이를 대통령으로 뽑을 준비가 안 돼있다"며 "민주당원들은 이런 마음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피터 부티지지가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31년간 '러시 림보쇼'란 이름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그는 미국에서 가장 팬층이 두꺼운 보수 성향 방송인이다.

CNN의 보수적인 라디오쇼 진행자인 벤 퍼거슨도 "민주당원 상당수가 후보자가 게이인 것을 문제로 생각한다"고 자신의 방송에서 말했다. 그는 "림보가 한 말은 현실이다. 민주당원들은 이 문제를 점점 더 큰 이슈로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유권자 절반, "게이 대통령 뽑을 수 있다"
언론에선 부티지지 대통령의 성 정체성이 '당선 가능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두고 여론조사가 한창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 기사에서 "트럼프와 부티지지의 맞대결 상황에서 트럼프가 우세하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WP와 ABC의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양자택일 조사에서 부티지(45%)보다 트럼프(48%)의 지지도가 더 높았다.

부티지지의 지지자들조차도 당선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LGBTQ 빅토리 펀드의 대표인 안니스 파커는 부티지지 캠페인에 대해 "'그는 대단한 게이이고 대단한 후보자고 나는 그를 뽑을 것이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할 지는 모르겠다'가 널리 퍼진 정서"라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LGBT(성 소수자)후보를 지지하는 비영리단체다.




지난 11일 피터 부티지지 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그의 남편 채스턴 글래즈먼. [AP=연합뉴스]





지난해 10월에 폴리티코가 발간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유권자 절반은 게이나 레즈비언 후보에 투표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성 소수자 후보가 실제로 당선될 거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다르게 답했다. 개인 투표 성향으로 볼 땐 절반 가까이가 "성 소수자 후보를 뽑겠다"고 했지만, 당선 가능성을 묻자 40%만 "성 소수자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45%는 "아직 미국인들은 성 소수자 대통령을 뽑을 준비가 안 됐다"고 했다.

동성결혼에 대한 편견도 여전하다. 미국에서 오바마 정부 때 동성결혼이 합법화됐지만 2019년 퓨 리서치 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 3분의 1가량은 동성 결혼에 반대한다.

실제로 아이오와 투표장에서 한 여성은 부티지지에게 남편이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표를 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11일 ABC 인터뷰에서 진행자는 부티지지에게 이 여성의 선택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부티지지는 "그녀가 그런 식으로 세상을 본다고 하니 슬펐다. 하지만 난 그녀를 포괄하는 이들의 대통령이 되려고 출마했다"고 답했다.

“성 소수자 편견 깨 … 출마 자체에 의의”
부티지지는 당선 여부 보다는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달라고 호소한다.

부티지지는 언론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을 이길 순 없지만, 마이크 펜스가 주지사인 인디애나주 안에 있는 사우스벤드시에서 80%의 지지로 시장에 당선된 나로서는 선거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편견 너머로 움직일 수 있는지 봤다"고 말했다. 부티지지는 "어떤 사람들은 벽을 깨기 위해 노력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선 가능성만 보고 그걸 막으려고 한다"고도 덧붙였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성소수자 커뮤니티 매체인 워싱턴 블레이드의 케반 나프 편집장은 인디펜던트지에 "부티지지는 '오픈 게이'(성 정체성을 밝힌 성 소수자)의 가능성에 대한 서사 구조를 바꿨다. 자신의 군 경력과 신념에 대한 유창한 스피치로 보수주의자들의 생각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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