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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복 없이 발가벗고 일" 中분노한 간호사 일가족 4명 비극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2/18 18:58

14일 우창의원 간호사 류판 59세로 사망
그의 지인이 인터넷에 올린 류판의 말
“방호복 없이 발가벗고 일하다 가족 감염”
병원은 “일선 배치 않았다” 해명했다가
주사 놓는 간호사가 일선 현장 아니라면
회의만 하는 지도자는 몇 선이냐 비난 받

한 간호사의 죽음이 중국 사회에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안기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14일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사망한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우창(武昌)의원 간호사 류판(柳帆·59)이다.



중국에서 이미 2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신종 코로나의 정체를 밝히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류판의 사망 이후 4일 뒤인 18일엔 우창의원 원장인 류즈밍(劉智明) 역시 신종 코로나에 의해 감염돼 51세의 나이로 목숨을 잃었다. 병원장 사망은 처음 있는 일로 중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류즈밍보다 앞서 숨진 류판의 경우가 더 중국 네티즌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가족 4명이 함께 사망했고 류판이 근무 시 제대로 방호복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와 싸우는 일선 현장의 중국 의료진이 이미 3000명 넘게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인민망 캡처]





류판은 2016년 55세의 나이로 퇴직했으나 다시 병원의 부름을 받아 5년 더 근무에 들어갔다. 우한의원이 운영하는 리위안(梨園)거리 위생서비스센터 주사실에서 일했다. 한 해만 더하면 완전히 퇴직해 여생을 보낼 참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병마가 우한을 강타한 이후 그는 밀려드는 환자를 맞아 악전고투했다. 그의 지인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이 올린 글에 따르면 류판은 춘절(春節, 설) 연휴도 없이 지난달 26일 계속 근무했다.

문제는 당시 류판이 “방호복이 없어 발가벗고 일하는 것 같다. 그 결과 가족이 모두 감염됐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류판은 2일까지 자리를 지키다 3일부터 5일까지 사흘의 휴식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다 숨진 중국 의료진을 열사로 추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주칭성 베이징대 교수가 올린 건의문. 국난을 맞아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고 싸우다 숨진 의료진을 업무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 열사로 대해야 맞기에 건의를 올린다는 내용이다. [중국 간호사망 캡처]





6일 아침 류판은 간호장에게 전화해 몸이 아프고 열이 나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7일 우창의원에서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일주일만인 14일 오전 사망했다. 병원은 류판이 다른 질병을 앓고 있어 끝내 신종 코로나를 이기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데 류판의 사망에 앞서 그의 부모와 동생 등도 신종 코로나에 의해 감염돼 숨진 게 알려졌다.

후베이성의 영화계 인사로 최근 숨져서 이목을 집중시킨 창카이(常凱)가 바로 류판의 남동생으로 알려졌다. 성이 다른 건 부모의 성을 각각 물려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류판의 남편과 딸은 격리 관찰 중인 상태다. 일가족 6명 중 4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류판의 사망 이후 나온 우창의원의 사려 깊지 못한 발표가 중국인을 분노하게 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서울시청의 '중국 힘내라 우한 힘내라' 영상을 소개하며 신종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중국에 한국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음을 전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우창의원은 류판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류판 동지의 연령이 많은 점을 고려해 열을 재는 것과 같은 진료 일선 현장에 배치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게 중국 사회의 화를 부추겼다.

“환자에게 주사를 놓는 간호사가 일선 현장에 있는 게 아니라면 매일 회의나 하는 지도자들은 도대체 몇 선 현장에 있는 거냐”와 같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방호복 지급 여부 문제도 현재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중국 당국은 조사 이후 경위를 밝히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성난 중국의 민심을 누르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아무리 병원을 찾아다녀도 몸을 누일 곳을 찾을 수 없다”고 절규하다가 숨진 창카이나 일선에서 뛰다 사망한 류판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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