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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변한 트럼프 "中에 첨단기술 팔겠다···국가안보 위협은 핑계"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2/18 22:43

트위터서 "미국은 중국에 첨단 기술 팔고 싶다"
행정부 추진 중국 수출 규제에 공개적으로 반대
"국가안보 위협은 가짜 개념…핑계일 뿐" 비판
전문가, "대선 앞두고 경제 활력 제고위한 것" 분석
WSJ "미 재계, 트럼프 대중 규제 반대로 해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원에 오르기 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기업이 생산하는 첨단 기술 제품의 중국 수출을 규제하려는 미 행정부 움직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외국 기업이 우리 상품을 사려고 할 때 어려움을 주는 곳이어서는 안 된다”면서 “지금까지는 국가안보를 핑계로 그렇게 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우리 상품을 팔고 싶다”면서 “우리와 거래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러면 주문이 다른 곳으로 옮겨갈 뿐”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세계 최고인 우리 제트 엔진을 중국이 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내 행정부 내 모든 사람에게 그렇게 지시했다”고까지 언급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프랑스 기업과 공동 생산한 항공기 엔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엔진을 분해한 뒤 첨단 기술을 모방해 자체 기술력을 높이는 것을 우려한 조치다.

GE와 프랑스 사프란의 합작사는 중국이 독자 개발 중인 항공기 C919에 들어가는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2014년 수출 허가를 받았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들이 해당 엔진의 수출금지 논의를 다시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에 중국 외교부는 중국을 부당하게 억압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과학과 기술, 무역 분야에서 미·중 양자 관계는 물론 글로벌 교류 협력도 저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제트 엔진의 중국 수출을 추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나아가 자신의 행정부가 대중 수출 규제의 근거로 제시한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 개념을 작정하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중 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안보라는 "가짜 개념"까지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국가안보 위협'은 “변명”에 불과하고 “터무니없다”라고도 했다.

그는 “반도체를 포함해 국가안보와 아무런 관련 없는 문건들이 내 책상 위에 올라온다”면서 “사람들이 너무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화웨이에 매우 강경했지만, 모두에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세계 1위인 우리의 탁월한 기술이 두루 팔리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부상을 막고 미국을 다시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겠다면서 무역 규제를 무기로 삼았다. 중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고, 한국 등에 자동차 관세 부과를 위협할 때마다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국가안보’ 카드가 잘못됐다고 발언한 셈이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 내 대중 강경파와 온건파 간 싸움에서 트럼프가 온건파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했다. 강경파는 미국의 첨단 기술 제품을 중국에 팔면 중국이 '역설계(reverse engineer)'를 통해 기술을 베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을 우려해 수출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온건파는 중국과의 거래는 유지하면서 견제와 압박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대표 주자다. 초대형 시장인 중국과 거래가 막히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다는 미국 재계의 입장을 대변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경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데릭 시져스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관심이 무역균형으로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첨단 기술의 중국 유출 우려보다는 대중 수출을 늘려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게 트럼프의 당면 과제라는 것이다.

당연히 미 재계는 결정을 환영했다. GE는 “제트 엔진은 소재와 설계가 상당히 복잡하다. 역설계에 대한 우려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미 반도체산업협회는 “민감하지 않은 상업적 품목의 중국 수출은 반도체 연구와 혁신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정작 미국 경제 성장과 국가안보에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가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가 화웨이를 겨냥한 추가 규제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앞서 WSJ은 글로벌 반도체업체가 화웨이에 공급할 제품을 생산할 때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사용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허가를 받도록 하는 새로운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글로벌 반도체업체가 화웨이에 공급하는 제품의 미국산 기술 비중이 25% 미만일 경우 미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데, 그 기술 제한선을 10%로 낮춰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상무부가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화웨이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 재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규제에 전반적으로 반대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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