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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요즘 ‘짜파구리’가 떴다는데, 서민의 재료…특등심 토핑

한국 특유의 섞어먹기 반영

영화 '기생충' 속 한우 채끝살 짜파구리를 먹는 연교의 모습(왼쪽·영화 '기생충' 캡처). LA 한인 식당의 짜파구리엔 이보다 더 고급인 특등심이 올려져 있다.

영화 '기생충' 속 한우 채끝살 짜파구리를 먹는 연교의 모습(왼쪽·영화 '기생충' 캡처). LA 한인 식당의 짜파구리엔 이보다 더 고급인 특등심이 올려져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부자집 사모님 연교는짜파구리 한 그릇을 맛깔나게 먹어 치운다. 영화에서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은 뒤 구운 한우 채끝살로 화룡점정했고 오스카 4관왕 쾌거 이후 ‘뜨는 요리’로 대접받고 있는 바로 그 짜파구리다.

LA 한인타운 식당에도 조금 변주된 모양으로 등장했다 <본지 2월18일자 경제섹션> . 육수와 채소를 추가했고, 채끝살보다 고급인 특등심을 구워 토핑으로 올린 특별 메뉴다. 기자가 직접 맛 본 한인식당 짜파구리는 짜파게티와 너구리가 들어갔지만 구별은 불가능했다. 마치 영화의 지하실 속 두 가족이 결국은 비슷한 처지인 불우이웃이라는 설정처럼 다가왔다. 강렬한 짜장 맛에 스프의 감칠맛이 더해진 맛도 그다지 새롭지 않았다.

하지만 토핑으로 올려진 특등심은 훌륭했다. 적당히 코팅된 육질을 씹으면 촉촉한 속살이 느껴지고, 이후에는 녹아서 사라지는데 요리 전체에 귀족적인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싸구려 탄수화물로 서로 구분조차 되지 않는 면발과는 태생부터 다른 부유층 연교네를 상징하는 듯한 재료였다.

2009년 한 블로거가 처음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짜파구리는 섞어 먹길 좋아하는 한국인의 식습관이 반영됐다. 비빔밥을 즐기고, 소주와 맥주를 섞고, 짜장과 우동도 섞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섞어찌개가 오를 정도다. 짜파구리가 뜨자 삼양의 짜짜로니와 오뚜기의오동통면을 섞은 ‘짜동통’도 화제라니 섞여서라도 같이 뜨고 싶은 욕심 또한 대단한 듯싶다.



김소운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에는 따뜻한 밥 한 그릇에 반찬으로 고작 간장 한 종지를 마련한 가난한 남편이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는 쪽지를 남겼는데 상이한 재료가 섞인 기생충표 짜파구리도 비슷한 감성을 자아낸다. 다만 영화에서 연교네는 그저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대충 때려 넣고도 귀족적인 요리를 즐겼는데 과연 서민들은 당장 어떤 식으로 섞어 먹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류정일 기자 ryu.jeong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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