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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국제적 공조 필요한 ‘바이러스 전쟁’

한국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막 워싱턴으로 돌아왔습니다. 뉴욕에서 서울로 향하는 여정 중 비행기 좌석은 듬성듬성 비어 있었고 공항들은 묘하게 숨죽인 듯 조용했습니다. 출발지와 도착지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계속 퍼져 나가는 와중에 여행하는 것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았습니다. 저는 현 상황을 면밀히 검토했고 바이러스 확산을 둘러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감당할 만한 곳으로 판단했다고 답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한 명확한 조치들을 발표했고, 무엇보다 국민들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한국 공중보건 정책에 대한 저의 믿음은 한국이 앞서 이 분야에 뼈저린 경험이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됐습니다. 저는 2009년 한국이 충격적인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에 시달릴 당시 주한 미국대사였습니다.

이번 한 주간 서울에 머물면서 제 믿음에 대한 확신을 얻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의 위험이 끝난 것은 결코 아니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한국 당국의 상대적인 투명성과, 사실에 근거한 효과적인 소통 노력, 그리고 정보에 기반한 국민의 협조는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에겐 긍정적 본보기 입니다.

중국도 이번 경험을 통해 배울 점이 많습니다. 중국 당국은 첫 감염 환자가 발생하고 한 달이 지난 후에나 발병을 보고했습니다. 중국은 또한 지난달 2일에서 28일 사이 신규 확진자 보고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정부는 후베이성 외의 지역에서 새로운 사례가 발견된 후에야 비로소 조치를 취했지만 이는 너무 늦었습니다.



일본과 미국 당국도 올바른 대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격리 조치는 바이러스를 막지 못했고 오히려 감염 확산의 인큐베이터가 되어버렸습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부터 시작해 당국자들이 내보내는 모순된 메시지와 정책, 그리고 대중들이 느끼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불안을 키워 중국계나 다른 아시아계에게 불똥이 튀는 현상을 부추기기만 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경험으로부터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미래에 발병할 질병 모두 국적이나 정치적 경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모두 국제 협력이 절실합니다. 이 같은 공조는 즉각적인 임시 방편으로 이룰 수 없습니다. 오래 지속되는 관계와 기관을 기반으로 할 때 가장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사태에 나서야 할 협력 관계와 국제기관이 미비했다는 점입니다.

이번 위기에서 국가들은 WHO 같은 기관들이 고유 업무 수행에 드는 자금과 인력, 정치적 지원을 갖추도록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해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국가의 보건 전문가들은 다음 위기가 발발하기 전에 협력, 투명성 및 공조를 실현하는 관계를 만드는데 드는 재정적·정치적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조지 슐츠는 외교를 원예에 빗대곤 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일의 대부분은 관심과 주목을 끌거나 화려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손을 더럽히고 묵묵히 잡초 속에 파묻혀 현지 지도자와 지역사회에 힘을 실어주는 일입니다. 동시에 가장 높은 단계의 국제 정치력에 필요한 관계를 만들어갑니다. 이것은 금세기의 가장 심각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의 경우 더더욱 그렇습니다.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에너지 문제 그리고 요즘의 전염병 방역, 공중보건 같이 전세계적인 파급력이 있고 대책을 요구하는 대형 과제들의 협력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당분간은 우리 모두 남탓만 하기 보다는 서로를 챙겨주며 손씻기를 열심히 합시다.


캐슬린 스티븐스/전 주한 미국대사·한미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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