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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그래도 LA아트쇼 ‘사랑하기’

생각해보면 어릴 적 동네마다 구멍가게가 있었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가 가게로 뛰어 들어가 과자 하나를 골라 사먹곤 했다. 구멍가게는 보물상자 같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맛있는 것은 다 모여 있는 듯 보였다. 엄마가 주는 200~300원의 용돈은 언제나 턱없이 부족했다. 그 수많은 과자 중에 한두 개만 고르라니…. 어느샌가 좀 더 큰 마트로 바뀌고, 또 그후에 대형 마트들이 들어섰지만 그 시절 구멍가게는 동네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LA’가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패러마운트 픽처스 스튜디오에서 화려하게 열렸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프리즈는 그 명성 덕분에 일찌감치 티켓이 매진됐다. 수만 또는 수십 만 달러를 호가하는 유명 작품들이 전시장을 채웠다. 프리즈라는 이름에 걸맞게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많았다.

이에 앞서 5일부터 9일까지는 LA컨벤션센터에서 LA아트쇼가 열렸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LA아트쇼는 대대적인 홍보를 벌였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공을 들여 행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예년과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큰 변화는 없었다. 다른 이들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 보였다. 아트쇼에서 만난 한인 아티스트들 역시 "LA아트쇼가 예년만 못하다” “너무 상업적으로 변했다” “좀 축소된 것 같다” “볼 만한 게 별로 없다” “도떼기 시장 같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몇 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LA아트쇼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항상 이야기의 말미에는 당부의 말을 전한다. “그래도 좋게 써주세요.” LA아트쇼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LA아트쇼는 LA아티스트들에게는 지난 25년을 함께 성장해 온 LA를 대표하는 미술계 행사다. 지금이야 22개국에서 120개 갤러리가 참여하고 5만6000명의 관람객이 찾는 아트쇼로 성장했지만 1994년 첫해만해도 참여 갤러리 14곳, 관람객 250명에 불과한 동네에서 벌이는 작은 행사였다.

LA아트쇼를 창립한 킴 마틴데일은 이번 행사에 앞서 “25년 전 처음 LA아트쇼를 시작했을 때 LA에는 규모있는 아트쇼가 하나도 없었다. 지금의 LA는 전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도시 중 하나가 됐고 그렇게 LA가 미국 내 하나의 미술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 누구도 유명한 프리즈가 개최되니 LA아트쇼가 필요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다. 각자의 역할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두 페어를 같은 선상에 올려 놓고 비교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모두가 구찌나 샤넬 같은 럭셔리 브랜드를 사기 위해 백화점을 찾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 스토어나 할인 상점들이 필요하다. 뉴욕타임스가 세계적으로 더 영향력이 있다고 LA타임스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LA주민들에게 LA타임스는 어떤 매체보다 더 중요하다.

LA아트쇼 역시 LA아티스트들에게는 꼭 필요한 행사다. 누군가에게 LA아트쇼는 꿈이다.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LA아트쇼다. 하지만 아직은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 변화를 바라봐 줄 때다.


오수연 / 기획콘텐트부 차장·문화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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