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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스러져가는 포에버21의 ‘신화’

김병일 / 경제부 부장
김병일 / 경제부 부장 

[LA중앙일보] 발행 2020/02/24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20/02/22 22:37

폐쇄적, 독선, 자만심, 권위주의, 불투명, 획일적, 비상식적, 불인정, 불공정 등등.

한때 세계 400대 부자, 미국 400대 부자, 고졸 신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세계 패션계 여성 갑부 10위에 이름을 올렸던 세계적 의류업체 포에버21 창업자 부부에 대한 직원과 협력업체, 경영 전문가의 평가를 뉴욕타임스가 정리한 내용이다. 화려함 뒤에 감춰져 일반인은 보기 힘들었던 장 회장 부부의 또 다른 실체이기도 하다.

전 세계 50여 나라에 8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연 매출 규모는 40억 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지만 결국은 사상누각이었다. 1984년 패션21이라는 이름으로 창업해 그 해에 3만5000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듬해 70만 달러로 급성장한 것이 포에버21의 출발이었다. 이후 30년 동안 하늘만 보며 성장하던 포에버21은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경고음조차 회장 부부에게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던 것 같다. 너무 높은 곳에 있어 아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턱이 없었던 것일까. 결국 지난해 9월 말 챕터11 파산보호신청을 하더니 4개월여 만에 8100만 달러라는 헐값에 회사를 매각하며 화려했던 신화에 종지부를 찍었다.

사실 장 회장 부부는 한인 의류업체가 모여 있는 LA 자바시장에서 부러운 존재였다. 하지만 그 부러움의 몇 배 만큼 질타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들이 부를 쌓는 과정에서 이른바 갑질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포에버21에 납품했다 피해를 본 업체 관계자들은 포에버21이 대부분 말도 안 되는 트집과 꼬투리를 잡아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줬다고 주장한다. 주문대로 제품을 납품했는데 하자가 있다고 트집 등을 잡아 반품한 뒤 나중에 원가 이하로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큰 차액을 남겼다는 설명이다.

코리아데일리닷컴에 포에버21 관련 기사가 실리면 거기에 달리는 댓글에서도 이런 주장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댓글을 여기에 다 옮길 수는 없지만 일부 댓글에는 사기꾼, 피눈물 같은 극단적인 단어도 포함돼 있다. 왜 이제야 망했느냐며 쾌재를 부르는 사람도 있다. 피해자들의 일방적 주장이지만 그만큼 피해자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포에버21의 파산 때 피해자가 발생했고 다시 회사 매각으로 또 다른 희생자가 생겼다. 이들 대부분은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며 위험을 감수했지만, 결과는 최악이다. 안타까운 사연이 쏟아진다. 가게 문이 여기저기 닫히고 있다. 몸져누운 사람도 있다.

이런 가운데 장 회장 부부가 다시 의류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자바시장에 돈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회사는 뺏겼어도 아직 개인 재산은 남았으니까.

하지만 만약, 정말 만약 장 회장 부부나 가족이 다시 자바시장에서 의류업을 한다면 납품업체의 피눈물을 뽑는 영업 행태는 더는 없어야 한다. 장 회장 부부가 다시 옷 장사를 하면 불나방처럼 납품 경쟁에 뛰어드는 한인 업체가 생겨날 것이다. 그렇다고 장 회장 부부가 다시 옛날처럼 이들의 절박함이나 희망을 이용해 돈을 벌고 성공하겠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예 시작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한국 영화 ‘기생충’ 포스터를 보면 한 문장이 적혀 있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게 아니라 공생공존하며 다 같이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배려하려는 마음을 가져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하늘에 있는 절대자도 자신에게만 감사하는 자보다 땅 위에서 이웃과 나누는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녀를 더 예뻐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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