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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첨단 과학기술과 21세기 고인돌

나는 시대에 뒤떨어진 미개인 취급을 받는다. 전화기로 문자 보낼 줄도 제대로 모르고, 편리하기 그지없는데다가 공짜인 카톡은 질색을 하고, 컴퓨터는 주로 독수리 타법의 타자기로만 사용하는 주제에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은 기를 쓰고 거부하고…. 그러니 석기시대 고인돌 인간이나 전혀 다를 바 없다는 준엄한(?) 평가다.

그런데 나는 그런 대접(?)에 감히 저항할 엄두를 내지 않는다. 모두 맞는 말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맙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계나 첨단의 신개발품이 나와 있다. 도무지 따라갈 재간이 없다. 이런 식으로 눈부시게 첨단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인간의 모습은 과연 어떻게 변할까? 과학자들이 상상해서 그런 꼴새를 그려놓은 그림이 있다. 손가락이 엄청 길고 커다랗고, 눈과 입은 우람차게 불뚝 튀어나와 있고, 머리는 작고 몸뚱이는 피골상접 깡마른… 영화 ‘ET’의 주인공이 약간 변형된 것 같은 섬뜩한 몰골이다. 아, 나는 죽어도 이런 모습으로 변하고 싶지 않다는 신음이 절로 나온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왜 이렇게도 새롭고 현란하고 복잡한 많은 기술이 필요한 것일까? 첨단 기계문명이라는 것을 살펴보면, 본질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해질까라는 궁리로 요약된다. 번거로운 집안일은 로봇에게 시키고, 차 운전도 귀찮으니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는 식이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서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은 되도록 피하고, 한없이 편해지려고 발악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힘을 쓰는 인간이 필요 없는 세상을 향해 부지런히 달려간다.

결국 막판에 가서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진 인간들은 심심해서 죽을 것만 같다. 어떤 사람이 심심하고 심심해서 하품을 크게 하다가 그만 입이 찢어져 자율운행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긴급 뉴스가 온라인 소식통을 장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중요한 문제는 기계 덕분에 한없이 편리해지면, 행복해지는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반대로 물으면, 몸을 움직이고 힘을 쓰는 노동이 그렇게 귀찮고 불행한 일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 될 것이다. 우리 삶의 근본인 몸과 힘을 무시하고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행복은커녕 결국은 사람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될까 걱정해야할 판이다.

바야흐로 인공지능이 노동을 지배하는 세상이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지시, 감독하고 보수를 정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간단히 말해, 기계가 노동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시한다는 말이다.

그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력 채용 과정에도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흔히 ‘AI 면접’으로 불리는 AI 역량검사를 활용하는 한국 기업이 이미 85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취직 여부를 인공지능이 정하는 것이다. 기계가 사람을 평가한다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첨단기술이 한없이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그 바탕이 아주 튼튼하고 안정적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전기만 끊어지면 모든 것이 끝장인 매우 취약한 구조다. 물론 전기가 끊어지는 일 없도록 과학자들이 최선을 다하겠지만 만물의 영장인 인류의 위대한 문명이 가느다란 전깃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처량해진다. 행복을 거론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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