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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에서] 밸런타인스데이에 만난 옛 제자

정정숙 이사 / 한국어진흥재단
정정숙 이사 / 한국어진흥재단  

[LA중앙일보] 발행 2020/02/24 미주판 27면 기사입력 2020/02/22 22:55

올해밸런타인스데이에는 마침 스위스 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선물로 색다르게 장식된 초콜릿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초콜릿을 먹으면서, 옛날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학생들과 밸런타인스데이 행사를 기념하며 즐거운 수업을 해 나갔던 생각이 났다.

학생들이 "나의 발렌타인이 되어 줘(Be My Valentine)"라고 적은 카드와 초콜릿을 친구들과 교환하면서 내용이 다른 카드와 그림을 보고 즐거워했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잠시 행복한 추억에 잠겼다.

어느 해 밸런타인스데이. 미국에 이민 온 지얼마 안 되는한인 학생 한명이 3학년 담당인 내 교실에 배정되었다. 지식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정서적 안정도 보살펴야 하는 것이 교사의 책임이기 때문에, 특히 갓 이민 온 학생들의 경우에는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빠른 시일 내에 영어를 배워야하고, 학과는 학과 대로 학년 수준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교우관계 등 정서적 안정도 살펴야 한다. 갓 이민 온 학생으로서 영어를 습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이해하면서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인 배려를 통해서 학과목을 이중언어로 가르쳤다. 다행히도 이 학생은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를 제대로 따라가고 싶다는 의욕으로 열심히 공부했고 6개월 정도가 지나니까어느 정도 영어로 수업을 따라갈 정도가 되었다. 물론 이중언어의 수업이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갑자기 그 제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 제자가 당면했을 문화적 갈등과 새 언어습득에서 오는 고생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했었나 하는 걱정을 제자와 털어놓고 소통하고 싶었다. 수소문 끝에 마침내 제자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전화선 저쪽에서 제자는 밝은 목소리로, “선생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저도 만나 뵙고 싶어요. 제가 점심 대접하겠습니다.” 교실에 잔뜩 긴장하고 앉아서, 선생님의 간단한 질문에 떠듬거리면서도 대답을 하던 꼬마의 가녀린 목소리가 아직도 여전하다는 느낌이다.

예쁘게 포장한 발렌타인 초콜릿과 카드를 제자에게 주면서, “내가 너무 엄격해서 네가 공부하는데 힘들었지?”하고 물었다.

“아니에요, 선생님, 그때 선생님께서 엄하게 공부를 시키셔서 지금 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완벽한 이중언어구사자로, 의젓한 대학생이 된 것이 너무 대견하였다. 마치 뿌리를 잘 내린 튼튼한 나무처럼 믿음직하고 예의 바른 온공자허(溫恭自虛)의 제자가 자랑스러웠다.

교사는 유치원이나 1, 2학년 어린 학생들이라도 철이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대하지 않는다. 각 학년마다 적절한 교과과정을 제대로 습득하도록 가르치면서, 동시에 교칙을 지키고 맡은 책임을 완수한다는 훈련도 일찌감치 실시한다. 3, 4학년이 되면, 교과 과정이 점차 어려워진다. 수학 시간에 더하기, 빼기를 잘 못할 때에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흥미를 유도하고 직접 참여하는 방식을 통해서 이해하도록 한다. 3학년 말에 곱셈과 나눗셈까지 완전히 습득하면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 또한 성취감의 기쁨에 잠긴다.

이번 밸런타인스데이는 사랑하는 제자와의 만남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내 뒤를 이어서 자기도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꿈이 있다고 해서 더욱 내 마음이 흡족했다. 3학년 때 배웠던,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의 개념을 살아가면서 실천해 보라고 했다. “날마다 최선을 다하자”라는 가르침을 더하고, 부정적인 마음가짐을 빼고, 남을 이해하는 마음을 곱하면서, 봉사하는 삶을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살아가는 제자가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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