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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인구 센서스 조사원 체험기

최인성 / 기획콘텐트부장
최인성 / 기획콘텐트부장 

[LA중앙일보] 발행 2020/02/25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20/02/24 18:38

다시 생각해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배운 것이 많은 두달이었다.

기자는 한국에서 1995년에 한 달, 미국에서 2000년 한 달을 인구조사 현장 조사원(Enumerator)으로 참가한 바 있다.

한국은 ‘인구주택총조사’라는 이름으로 통계청이 매 5년마다 사람과 주택 숫자를 조사하고, 미국은 연방 센서스국이 10년에 한 번씩 실시한다. 인구 조사의 목적은 교통, 선거구 획정, 학교 신설 등 민간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현황 파악'이다.

20년 전만 해도 많은 한인들이 센서스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불확실한 신분에다 미국 시민도 아닌데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한인사회의 위상이 높아진 덕에 한국어 신문과 매체들에 한글 광고도 자주 등장하고, 한인들을 기용한 영상 광고도 여기저기서 보인다.

하지만 얼마나 성공적인 조사가 이뤄질까. 흥미로운 것은 ‘정부가 나서서 뭔가를 한다’고 하면 대놓고 반대하거나 협조하지 않는 사람들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항상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배치받아 일했던 곳은 한 광역시 외곽지역이었는데 지역 담당자의 경고대로 실제 조사작업은 녹록지 않았다. 아예 문을 열어주지 않고 고함을 질러대는 사람들, 문을 빼꼼히 열고 “안 사요”하고 세차게 문을 닫는 사람들도 있고 실제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하기도 했다. 평소 애완견을 좋아했지만 적어도 이 때만큼은 큰 개들이 무서웠다. 마지못해 문을 열어줬지만 당시 정부에 반감을 가진 이유를 내세우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또다른 통제와 단속을 위해 개인 신상정보가 활용될 것이니 협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당시엔 조사원이 두 차례 방문해 실패하면 결국엔 조사를 포기해야 했다. 해당 가구는 적어도 통계청 기록에는 ‘조사 불응’ 또는 ‘미확인 가정’이 되는 것이었다.

미국은 어떨까. 정부의 조사에 분풀이를 하는 사람들은 여기에도 적지 않았다. 한번은 도시 변두리 소규모 농촌마을에서 컨테이너홈을 발견하고 노크를 했다. 할아버지가 혼자 사는데 매우 괴팍하니 조심해야 한다는 이웃들의 조언을 상기하는 순간 문이 열렸다. 창문 하나 없는 컨테이너에서 오랜만의 인기척이었던지 눈빛이 더 초췌했다.

그는 아시안 청년이 난데없이 자신의 호구조사에 나선다고 하니 어이가 없었던지 한번 쓰게 웃었다. 2차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해 장애를 얻었고 외롭게 수십년을 혼자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눈물과 함께 쏟아냈다. 그의 이야기를 끊을 수 없어 30분 넘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본론으로 들어갔으나 그는 끝내 이름을 주지 않았다. 정부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를 달았다.

어느 나라든 센서스는 ‘정부가 하는 일'이고 주민들의 반감은 여지없이 조사요원들에게 투영된다. 다행히 이젠 센서스의 취지가 전해지면서 우편 조사에 상당수가 응하고 있으며 조사원들의 노크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랏일’에 거부하는 한인들이 있다. ‘나는 빠져도 되겠지’, ‘괜히 신상을 털리기 싫다’고 이유를 댄다. 실제 센서스에는 예민한 정보들이 있다. 실명을 써야 하며,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기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정보들은 매우 의미있게 사용된다. 실제 모든 한인들이 성실히 센서스에 임하고, 이어 유권자 등록과 투표에만 나선다면 현재 커뮤니티의 질은 2~3배 좋아질 수 있다. ‘설정 가능한’ 나비 효과인 셈이다.

미국 조사원으로 일할 때 해당 지역 매니저가 아침 미팅에서 항상 외치던 ‘동음이의어’ 구호가 있었다. “Being counted really counts!(센서스 조사에 포함되는 것은 정말 중요해요!).”

센서스의 해를 맞아 한인들이 열린 마음으로 조사에 응하고, 그 결과가 더 큰 혜택으로 한인사회에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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