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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개발의 어두운 그림자 ‘젠트리피케이션’

[LA중앙일보] 발행 2020/02/27 부동산 2면 기사입력 2020/02/26 12:24

LA 저소득층 세입자 실향 가장 큰 피해
금전적 이득보다 '같은 이웃' 개념 필요

최근 수년 전부터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단어가 LA 부동산 시장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어떻게 보면 동전의 앞면과 뒷면 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율배반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고민과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사전적 의미는 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과 돈이 유입되고, 결국에는 임대료 상승이나 개발 확대 등으로 원래 이 지역에 살던 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을 말한다.

위키백과는 젠트리피케이션의 긍정적인 면으로 중하류층이 생활하는 낙후된 옛 도심에 상류층 주민의 유입을 통해 주거지역이나 고급 상점가가 새로게 형성되는 현상을 꼽았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정적인 면을 간과할 수 없다. 개발이 적극적으로 진행되면서 재산가치와 임대료가 동반 상승하게 되고 이는 기존에 거주하던 저소득층 가구가 하나둘씩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현상을 동반하게 된다.

LA는 부족한 주택과 치솟는 주택가격, 빈부 격차 등으로 총체적인 주택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더 빨리 진행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나 나가는 사람도 미처 느낄 겨를도 없이 젠트리피케이션이 급속히 진행되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 아니면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는 동네에서 어떻게 착한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전에 필요한 것은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파악하는 일이다. 어떤 사람이 저소득층 동네에 있는 집을 사 단기간만 살 거나플리핑을 통해 가치를 높인 뒤 팔려는 목적이 있거나 이 동네에 새로 이사는 왔지만, 커뮤니티에 속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면 이런 부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만드는 사람, 즉 젠트리파이어(Gentrifier)로 구분된다.

다나 커프 UCLA 도시 디자인 및 건축학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정의하는 데 있어 변위(displacement) 또는 실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들이 구매한 주택을 투자로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자신이 사는 동네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하기를 원한다. 커프 교수는 "그러나 문제는 주민들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향을 떠나게 되고 결국에는 그 시장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고 설명했다.

LA 주민 가운데 실향 가능성이 높은 층은 저소득층 세입자다. 커프 교수는 “과거에도 동네는 변해왔다. 이 과정에서 전체 ‘필터다운’ 이론이 나왔다”고 말하고 “하지만 그 이론은 더 이상은 통하지 않는 데 그 이유는 충분한 주택이 없기 때문이며 또 현재 짓고 있는 주택의 대부분은 단지 소수의 사람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한 비영리단체를 이끄는루디에스피노자 대표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저소득층 주민이 지속해서 어떻게 상처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새로운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일반적으로 ‘너는 집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니까 지금부터 저축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축한 돈이 3만5000달러 미만일 경우 어떻게 더 목돈을 만들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그는 이어 “매년 재산 가치가 마술처럼 올라가는 투기적인 부동산 시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한 증상”이라며 “이는 이미 돈을 가진 사람을 돕는 시스템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뒤에 남겨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LA 지역에서는 보일 하이츠 주민이 이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목격했고 지금은 에코 파크, 실버 레이크, 하이랜드 파크 동네에서 이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동네는 200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주민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인구가 늘면서 자연스레 아파트 렌트비가 오르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기존에 거주하고 있던 저소득 세입자는 점차 동쪽에 있는 프로그타운, 하이랜드 파크, 마운틴 워싱턴, 링컨 하이츠 등으로 밀려 나갔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일부 동네 주민과 사회운동가는 반 젠트리피케이션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한다. 보일 하이츠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반대하는 주민의 활동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하는 등 반 젠트리피케이션 운동의 상징이 됐다.

보일 하이츠에서는 위어드 웨이브 커피와 아트워싱 화랑이 들어서면서 논란이 됐고 이는 전국적인 뉴스로 주목받기도 했다.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친 비즈니스적이거나 이들을 쫓아내려는 반대자들로 덧칠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주민이 중립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이 한 전직 시의원의 시각이다. 스티븐 알마잔 전 의원은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맛있는 커피를 즐긴다. 하지만 그동안 함께 살아왔던 가족이 종국적으로는 떠나야 하는 상황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반 젠트리피케이션 활동 노력에 대해 상징성이 더 강한 면이 있다고 해석한다. 고급 커피 생산업체나 화랑이 젠트리피케이션의 유일한 원인 제공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분명 진행 과정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커피숍 주인의 의도와는 상관없는결과이다.

어쩌면 대화의 주제는 주민이든 비즈니스든 새로운 정착자들이 어떻게 하면 기존 커뮤니티와 통합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시의원을 지낸 알마잔은 주장한다. 고급 커피점인 위어드웨이브의 경우만 하더라도 연 소득 평균이 3만4000달러인 지역에 가장 적합한 사업방식을 먼저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커뮤니티에 대한 투자 확대는 시 입장에서는 세수 증대로 연결되지만 건강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알마잔은 저소득층 세입자 보호를 위해 최소 10년 이상 장기 거주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고 에어비앤비 형태의 아파트는 금지하며 1년 안에는 주택을 플리핑해 매각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는 도시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보일 하이츠 같은 동네에 있는 주택이나 사업체는 사지 않으면 된다. 커프 교수는 “상당히 급진적인 태도이고 비문명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동네 변화에 대응해 주민들이 정치적으로 반대가 활발한 동네로 이주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고 그것은 그들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커프 교수는 대신 코리아타운이나 엘몬티, 파코이마를 추천했다.

이미 이주했다면 주민들과 교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화를 나누고 나를 소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의 주민을 변화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커뮤니티에 있는 자산으로 이해해야 한다.

장기간 거주할 계획이라면 상관없다. 주택을 단지 투자 개념으로 생각하지 말고 이웃에 공헌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업소를 이용하고 지역 비영리 단체에 기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효율적인 해결책을 최우선으로 찾으려는 선거직 공무원에게 투표하는 것도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거나 늦추는 데 필요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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