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열린 광장] 2세에 물려줄 ‘문화회관’ 건립하자

한인 문화예술계의 큰 이슈 중 하나는 한인 예술가들이 얼마나 많이 주류사회로 진출하는가의 문제다. 봉준호와 BTS라는 세계적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배출한 본국의 한류문화와 보조를 맞추어, 미주 동포사회도 본국지향적 성향에서 벗어나 세계를 무대로 비전을 넓혀가야 할 시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시급히 요구되는 것은 한인 젊은 예술가들이 그들의 예술적 자질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이민 1세대가 2세를 위해 할 일은 바로 문화공간을 그들에게 물려주는 일이다.

나는 1980년대 중반 한인사회에 문화공간이 없다는 사실을 개탄하며 문화회관 건립을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문화회관 건립을 위해서는 기금을 조성해야 하기 때문에 공연과 기금모금을 위한 디너쇼 등을 기획해 수차례의 행사를 열었다.

한인사회에 문화회관 건립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며 꾸준히 캠페인을 벌이다 보면 한국 정부나 뜻있는 독지가들이 동참해 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나의 기대와 계획은 무고성 모함, 허위 투서 등으로 계속되지 못하고 2년 만에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한인 이민사는 이래 저래 일본의 이민사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40여년 전 LA한인타운에 문화회관을 건립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도 일본타운에 문화회관이 들어선 것이 동기가 됐다.

리틀도쿄에 자리한 일본 문화회관(Japanese American Cultural & Community Center)은 1980년도에 개관했다. 아직까지도 미국 내 소수계 문화회관 중 단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880명 규모의 극장(Aratani Theatre)과 전시관, 광장, 가든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일본 문화회관 설립의 취지는 일본의 전통문화와 정신을 이어간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1970년대 들어 이민세대의 개척정신을 기리고 그 뜻을 전통문화를 통해 2세들이 이어가도록 하는 문화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커뮤니티 리더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했고 일본 정부와 기업, 재단들이 동참했다. 이어 문화회관 건립위윈회가 결성됐고 LA시의 재개발 프로젝트와 일본문화회관 건립을 연계시키는데 성공했다. 1989년에는 100% 커뮤니티 소유가 됐다.

지금 와서 일본 문화회관 건립의 성공 사례를 언급해야 한다는 사실은 내게 자책감과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나 자신을 포함해 한인사회 리더들은 이제껏 무얼 했단 말인가. 세계 최대 규모의 한인 거주지역 LA에 문화회관 하나 없는데, 경제적인 발전을 이루고 세계가 K팝과 ‘기생충’에 열광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2세대들에게 문화회관 하나 물려주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일본은 해냈는데 우리는 못했다는 자괴감을 떨쳐 버릴 수 없다.

한국인들이 가장 자부심을 갖고 있는 가치 중의 하나가 자녀들에 대한 교육열이다. 그런 자부심을 갖고도 못 이뤄낸 일이 문화회관 건립이다. 한마디로 문화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LA한인타운에 문화회관을 건립해 우리 2세들에게 물려주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이병임 / 무용평론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