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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지휘봉 놓고 조종간 잡은 음악가

신문에서 흥미로운 구절을 읽었다. 지휘자 대니얼 하딩(Daniel Harding)에 관한 것인데,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종신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씨를 인터뷰한 기사 중의 한 구절이었다.

내용인즉, 영국 출신 하딩은 2016년부터 파리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를 맡아왔는데 현재 그 자리가 공석이다. 이유는 지휘자 하딩이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다’며 에어 프랑스에 수습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것.

비행기를 조종하고 싶어서 상임지휘자의 자리를 사임했다? 그것 참 신선하다. 파리 오케스트라는 프랑스 음악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비전으로 설립된 프랑스의 대표급 악단이다.

1975년생인 하딩은 차세대 마에스트로 1순위로 꼽히는 지휘자다. 19살 때인 1994년, 사이먼 래틀의 부지휘자로 버밍엄 심포니를 지휘하며 데뷔해, 베를린 필 최연소 지휘, BBC 프롬스 최연소 데뷔 등의 기록을 세웠고,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 런던 심포니 등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하며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지휘자로 자리매김했다. 앞날이 창창한 유망주다. 그런 그가 비행기를 몰고 싶어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지휘봉과 비행기만으로도 충분히 파격적이고 신선하다. 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된다. 지휘자가 조종하는 비행기는 음악처럼 우아하게 날지도 모르지, 구름 위를 날아다니는 동안 그의 음악도 하늘처럼 높고 넓어질까, 하늘같은 음악이란 어떤 것일까…. 하딩이 파리 오케스트라를 사임하겠다고 밝히면서 동료 음악가들에게 보낸 이메일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저는 알프스나 그랜드캐년 등을 찾아다니며 저 자신을 성찰하고자 합니다. 지금과는 다른 무언가를 찾는 것이 여러분이 바라는 바일 것입니다.”

지금과는 다른 무언가를 찾아 스스로를 성찰하겠다는 말이 절실하게 들린다. 그러니까, 마음에 간직했던 꿈, 새롭게 태어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과감하게 용기를 냈다는 말이다. 그 용기가 매우 부럽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그는 더 큰 지휘자가 되어, 더 높고 깊은 음악을 들려줄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더 넓어지기 위해서는 벽을 허물고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요사이 흔히 말하는 학문 사이의 벽 허물기나 통섭이라는 개념도 그런 것이다. 인문학의 바탕도 마찬가지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여 세상을 바꿔놓은 창의적 인재들은 대부분 자기 전공 이외의 분야에도 활발하게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실제로, 노벨상 수상자들의 대다수는 자신의 전공학문 외에도 미술, 문학, 역사 등을 폭넓게 탐독하고, 악기 연주와 스포츠 등을 즐겼으며, 자신의 분야 외의 다른 직업을 경험하기도 했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세상을 넓게 보게 되고, 다른 가치에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자극을 받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창의성도 계발된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그런 교육을 받지 못했다. 한국의 교육은 그저 성공하려면 ‘한 우물을 파라’고만 주입식으로 가르쳤다. 베스트셀러 ‘생각의 탄생’의 저자이자 창의성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학교는 ‘어떻게(How)’를 가르쳐주지 않고 ‘무엇(What)’을 주입하는 데만 급급해 학생들이 창의성을 키우기 힘들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정답에 ‘어떻게’ 도달하는가를 생각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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