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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코로나바이러스가 빼앗아 간 것들

스산했던 겨울도 3월이면 맥을 못 추는 게 세상 이치다. 봄 기운이 살금살금 밀려오면 움츠렸던 대지가 기지개를 켜는 것도 자연의 순리다. 시인 나태주는 ‘3월’이라는 시를 이렇게 시작한다.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시인의 말대로 어차피 3월은 왔지만 봄을 맞이해야 하는 마음은 여전히 얼어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것은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다. ‘코로나19’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상륙한 바이러스가 수천 명의 확진자와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내며 악명을 떨치고 있다. 그 영향으로 미주 한인사회도 추운 3월을 맞고 있다. ‘혹시나’하는 마음 때문에 마스크며 위생용품이며 생필품이 동나면서 불안한 3월에 접어들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 갔다. 사람들끼리 만나 손을 맞잡고 따스한 온기를 전하는 악수도, 식당에 마주 앉아 음식을 나누며 쌓는 정도 앗아 갔다. 긴 방학을 끝내고 개학을 맞는 학생들의 설렘도, 프로 스포츠를 관람하며 쌓인 피로를 푸는 즐거움도 코로나바이러스에 빼앗겼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빼앗긴 것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이 있다면 세월이다. 한국은 그야말로 ‘잃어버린 3월’을 맞았다. 식당을 비롯한 소매상마다 매상이 준다고 하소연이다. 사람들이 밖에 나오지 않으니 별도리가 없다. 개학을 연기하면서 학생들은 공부할 자리를 잃었다고 아우성친다. 각종 자격시험도 연기되면서 애써 준비한 이들의 세월이 한 움큼 사라졌다. 한창 사람들이 몰려야 할 프로 스포츠 경기도, 각종 국제 대회 예선도 모두 연기되었다. 기회를 놓친 선수들도 팬들도 허탈하기는 마찬가지다. 영화나 음악회, 전시회와 같은 예술 공연도 멈추면서 문화계도 ‘잃어버린 3월’을 맞게 되었다.



따스한 마음으로 3월을 맞아야 할 우리에게 나태주 시인은 계속해서 이렇게 권면한다.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 그렇다. 3월은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 계절이다.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면 봄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한 번 얼어붙은 세상의 마음은 쉬이 녹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한 번 녹여보자. 미주 한인들의 넓은 마음으로 봄을 만들어보자. 나만을 생각하는 세상에 우리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것은 사람을 향한 신뢰와 서로를 위하는 사랑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려움을 당하는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보자. 작은 배려가 큰 위로가 되고 그 위로가 모여 견딜만한 세상이 될 때, 잃어버린 3월은 가장 따뜻한 봄으로 우리 마음속에 기억될 것이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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