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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공양미 삼백석과 헌금

공양미 삼백석에 용왕의 제물이 되는 심청의 이야기가 신천지에 대한 기사를 보니 새삼스럽다.

삼백석을 바치라는 스님도 황당하고 그 말을 들은 심봉사도 순진하고 그렇다고 스스로 용왕의 제물이 되는 심청이는 더 바보다. 그런데 그 바보가 지금도 세상에 수두룩하다니.

뭔 큰일만 나면 예수님이 오실 때가 다 됐다고 노모는 국제전화로 내게 교회 나가라고 닦달을 하신다. 도대체 예수님도 구하지 못한 세상을 나더러 어쩌라는 건지. '예수님 오실 때가 됐는데 그게 뭐 어떻다는 거냐’고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게 되는 통화의 뒤끝은 여러 날 나를 힘들게 한다. 하나님의 뜻이 하늘이 아니고 이 땅이라는 내 주장이 노모의 믿음을 꺾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잘 알던 장로님이 계시다. 그분의 신앙생활은 아무도 흉내 낼 수가 없을 정도로 철저했다. 장로님에게 3남매가 있었는데 당시에 중학생이었던 막내딸이 생일 때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완고한 장로님은 딸의 요구를 단칼에 잘랐다.



“예수님이 생일잔치 한 적 있어?”

뜨악. 성탄예배가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생일잔치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다미선교회니 뭐니 해서 종말론이 한창 사람들의 심리를 흔들고 있을 때 남편과 나는 호주에서 살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호주에는 한인이 그리 많지 않았고 지역적으로 고립되다보니 종말론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공부하기 위해 호주로 갔었지만 구원을 받지 못하는 친척들 걱정에 영어공부가 아닌 성경공부에 온 에너지를 다 쏟았었다.

일요일에는 1부 예배부터 4부 예배까지 교회에서 살다시피 했다. 점점 나도 가족은 뒷전이고 교회가 전부였던 장로님을 닮아갔다.

휴거가 되어야 한다는 맹신은 급기야는 한국에서 보내온 등록금 일부를 교회에 헌금까지 내게 했다. 당시에 꽤 큰돈이었는데 목사님을 찾아가 헌금을 하고 싶다며 이 헌금의 출처에 대해서는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구절을 실천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설교 중에 목사님은 이렇게 말했다. “어느 부부가 교회에 5000불을 헌금했습니다. 이 헌금이 10배, 60배, 100배의 축복을 받으면 얼마가 되겠습니까?”

아차! 싶었다. 헌금이 아니라 헌금을 통해 얻어지는 보상을 신도들에게 자극시키는 목사님의 설교에 나는 제 정신이 돌아왔다. 매년 12월25일이 되면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각종 행사준비를 하면서도 그게 예수의 생일잔치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장로님의 확고한 신념이 오늘 날 기독교의 현 주소일지 모른다.

‘뜻이 하늘에서 임한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주기도문을 외울 뿐이다. 하나님의 뜻이 지금, 현실에서 이루어지게 하는 게 아니라 언제 올지도 모르는 예수님 재림 때 14만4천 명단에 속해야 하는 강박관념으로.


권소희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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