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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TALK] 니모와 코로나19

김동민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김동민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3/07 레저 9면 기사입력 2020/03/06 17:08

2013년 2월 미 북동부를 강타한 눈 태풍 ‘니모’를 기억하는가? 강력한 위세를 자랑하듯 북쪽으로는 캐나다, 동쪽으로는 대서양을 가로질러 영국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당시 보스턴에는 25인치에 달하는 눈이 쏟아졌고, 이는 보스턴 역사상 다섯 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로드아일랜드와 매사추세츠에 거주하는 60여만 명이 전기가 끊겼고, 인근 다섯 개 주를 포함하면 70만 명 이상 정전의 극심한 피해를 겪었다.

그 주말에는 뉴욕의 3개 공항에서 6000여 건의 비행편이 취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보스턴, 하트포드 등의 주요 공항까지 폐쇄되었다. ‘니모’가 휩쓸었던 해당 지역의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고 우편서비스 역시 중단되었다. 많은 모임과 행사들은 줄지어 연기 혹은 취소가 되었다.

필자 역시 체임버 오케스트라 연주가 예정되어 있었다. 바그너의 곡을 새롭게 편곡하였고, 줄리어드 출신의 작곡가에게 바이올린과 첼로 독주자를 위한 2중 협주곡을 위촉하여 초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슈베르트의 명곡 ‘죽음과 소녀’를 구스타프 말러가 현악 오케스트라로 편곡한 작품도 연주를 기다렸다. 공교롭게 세 곡 모두 새롭게 작곡과 편곡을 위촉해서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갔고, 말러가 편곡한 슈베르트 역시 저작권에 묶여 있는 관계로 연주를 위해서는 출판사에 렌털비를 지불해야만 악보를 빌려올 수 있었다.

이 음악회에 출연하는 두 명의 솔리스트와는 일찍이 리허설을 마쳤고, 연주가 가까워지면서 오케스트라 전체 리허설도 시작되었다. 멤버 중에는 보스턴과 볼티모어에서, 그리고 멀리 캘리포니아에서 온 연주자도 있었다. 리허설 첫날만 하더라도 날씨는 구름이 많이 낀 정도였는데, 그날 늦은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곧 엄청난 바람을 동반하더니 그칠 줄을 모르고 쏟아졌다. 이튿날,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의 눈바람은 감히 외출을 감행할 수준이 아닐 정도로 심해졌다. 목숨을 걸고 리허설 장소까지 도착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멤버들 모두가 무사히 도착한다는 보장도 없었고, 이렇게 음악회를 준비한들 관객들이 몇 명이나 모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당시 인근 음대의 오페라 공연이 악천후로 취소된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알아보니 이 기간 예정되었던 대부분의 공연과 행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필자 역시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기대를 가지고 준비했던 음악회였고, 특히 뉴욕 이외의 지역에서 연주자들이 많이 모였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연주를 강행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연주자들과 관객들의 안전을 가장 우선으로 고려했어야만 했다. 웹사이트에 음악회 취소 내용을 급히 올리고 e메일 리스트에 있던 분들께도 공지 메일을 보냈다. 이미 리허설까지 진행했고 유독 악보 관련한 비용도 많이 들어갔던 재정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던 쓰린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라는 혼돈의 폭풍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3일 뉴욕 내 확진자가 나왔다가 발표한 이후, 확진자 증가 추세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라고 알려졌다. CDC의 발표대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그 어떤 예방조치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이다.

사람들과의 ‘거리 두기’는 모두의 고통을 수반한다. 특히 직접 소통이 필수적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어제는 보스턴에서 3월 중순 예정되었던 필자의 음악회를 잠정 연기한다는 주최 측의 연락을 받았다. 4월 초에 베를린에서 오는 바이올리니스트와 예정된 음악회는 어찌할지 머리가 복잡하다. 이런 말 못 할 어려움이 어찌 공연예술 분야뿐이겠는가? 부디 이 어려운 시간이 잘 지나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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