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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우리가 남이가’의 함정

[LA중앙일보] 발행 2020/03/09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20/03/08 12:38

당신을 왜 뽑아야 하나.

묻는 쪽은 팔짱을 끼고 있다. 정답은 없다. 원하는 답과 원하지 않는 답만 있다.

답하는 쪽도 의도를 알고 있다. 그런데 정답이 없으니 답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질문자가 원하는 답은 답변자가 할 수 없는 답일 수 있다.

정치인에게 표는 그 답의 보편성에서 나온다. 때에 맞는 시의성도 필요하다. 요약하자면 ‘유권자들에게 두루 미치는 현재 혹은 미래에 딱 맞는 정책’이 표를 얻는 비결이다. 이 어려운 답을 찾기 위해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돈을 쓰고 사람을 고용하고 뛰어다닌다.

한인 후보들에게는 보편성과 시의성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절대적인 조력자들이 있다. ‘혈연’으로 묶인 한인 유권자들이다.

3일 열린 예비선거의 투표소에서도 한인 표심은 탄탄해 보였다. 특히 올해는 LA와 OC에서만 16명의 한인 후보가 출마했다. 투표소에서 한인 유권자들은 사명감마저 내비쳤다. “한인 후보들이 많이 나왔다니까 한표라도 찍어주러 왔다”, “볼 거 있어, 무조건 한인을 찍어야지”라고 했다.

듣고 보니 한단어가 귀에 걸렸다. ‘무조건'이다. 시니어 유권자들 대부분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1.5세와 2세 젊은 한인 유권자들의 의견은 달랐다. 미국에서 태어난 개럿(32)씨는 “한인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찍지는 않는다"고 했다. 중학교 때 이민왔다는 약사 켈리(27)씨는 특정 한인 후보를 향해 “떨어져야 하는 정치인”이라고 악감정까지 드러냈다. 서로 다른 반응의 원인은 세대 차이가 아니다. 시니어 유권자들 대부분은 한인 후보들의 공약을 모르고 있었다. 같은 한인이니까, ‘우리가 남이가’라는 논리다. 공감한다. 우린 남이 아니다. 그런데 한인 후보라는 단어 앞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전제가 있다. ‘정치를 잘 할’이다.

역량 평가의 기준은 공약이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이번 선거에 출마한 두 후보를 블라인드 테스트해보자. A, B 후보 둘 중 한 명은 한인이다.

먼저 이력이다. 일단 두 후보 모두 이민자다. 어릴 때 미국에 와서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 노력한 점은 같다.

다음은 학력이다. A후보는 UCLA를 거쳐 럿거스대학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B후보는 하버드를 나와 MIT대학 도시계획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둘다 학력으로도 검증된 후보들이다.

차이는 대표적인 공약인 홈리스 대책에서 갈린다. A 후보는 셸터와 영구주택이 해결책이라고 한다. 지역구 내 4곳에 셸터, 최소 356유닛을 짓겠다고 한다. 개발업자들과 협력해 저소득층 아파트도 늘리겠다고 했다. 그의 대안은 이미 타지역구에서도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이다.

B후보는 좀 다르다. 홈리스 지원전문 '커뮤니티센터’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주민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홈리스를 상담하고 셸터 입소 절차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이미 센터 한 곳을 만들어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 또 치솟는 렌트비를 감당키 어려운 잠재적 홈리스들을 보호하기 위해 ‘렌트비 임시동결’이라는 극약 처방도 내놓았다. 일정기간 동결 후 인상할 때는 임금상승률과 같거나 그보다 낮도록 규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어떤 쪽이 더 설득력이 있나. 선택은 다를 수 있지만 한 가지 효과는 분명하다. '한인’이라는 이름표를 가리면 오히려 후보가 객관적으로 보인다.

한인 후보들이 가장 즐겨하는 캠페인 문구가 있다. ‘한인의 목소리를 대변하겠습니다’다. 위험한 발언이다. 흑인 정치인이 흑인 커뮤니티만의 대변자가 되어선 안 되듯 ‘한인 정치인=한인 커뮤니티 대변자’라는 등식은 성립되어선 안 된다. 차별이고 이해충돌이다.

유권자 입장에서 한인사회 정치력 신장의 척도는 한인 정치인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 한인 표심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응집된 투표력이 목표여야 한다. 그래야 어떤 후보든 한인사회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11월에 결선이 있다. 한인 후보 여럿이 두번째 심판을 받는다. 유권자는 묻고 후보들은 답해야 한다.

당신을 왜 뽑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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