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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아, 대구여, 광주여!

3·1절 101주년을 맞는 뜻 깊은 아침. 훈훈한 소식 하나가 들려왔다. ‘광주 공동체 특별담화문’을 통해 발표된 “대구 코로나 확진자들을 광주에서 격리치료하겠다”는 뉴스였다.

지금 우리 조국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비상한 시국’이라고 언급할 만큼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겪어보지 못한 재난이다. 그 중에서도 대구의 고통과 어려움이 가장 크다. 정부는 물론 많은 분들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지만 수많은 대구시민이 코로나 확진을 받고도 병상이 없어 방치되어 있고, 사망자가 늘어가고 있는 참으로 안타까운 실정이다. 4일 현재 대구 확진자 3600명 중 반 넘게 입원조차 못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때 광주 시민들이 뜻을 모아 대구와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자발적으로’ 대구의 확진자들을 광주에 옮겨 치료하기로 것은 아름다운 결정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지 광주다운 모습이다.

코로나19 공포 속에서 대구 시민들을 아프게 한 것은 질병의 고통보다 어쩌면 고립감일지도 모른다. SNS에 떠도는 근거 없는 소문과 막말은 물론, 미국이 모든 미국인에게 대구 방문 금지를 권고했다는 발표를 들으면서 대구 시민이 겪어내야 할 아픔을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이런 모습을 보며 5·18 광주의 고립이 떠오른다. 광주가 섬이 되었던 시절. 광주시민이 온갖 모욕적인 언어로 핍박받던 그때, 고립되었던 광주가 결코 외롭지 않았던 것은 광주와 함께 해준 수많은 연대의 손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 시민들은 나눔과 연대의 정신으로 대구의 코로나 환자들을 격리 치료하겠다고 선언하며, 이것이 광주의 길이라고 했다. 의료 기반 시설이 열악한 지방도시에서 자기 지역 환자를 챙기기도 벅찬 이 비상시국에 시민들이 의견을 모아 대구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생각하고 손을 내밀었다. 혐오와 고립의 최대 피해자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다.

뉴스를 전해 들으면서, 지난해 2월 대구시장이 광주로 보냈던 위로의 편지를 떠올린다. 당시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의 5·18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이 정가를 뒤흔들어 전국적으로 여론이 심상치 않을 때, 대구시장이 광주시장에게 편지를 보내어 위로했다. 이 편지에 대해 광주시장은 “대구 2·28과 광주 5·18이 민족 운동사의 새로운 전기가 됐듯, 오늘날 우리의 강한 연대가 왜곡된 역사를 정의 위에 바로 세우는 힘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3·1절 아침. 온 국민이 마음을 합하여 일제에 저항했던 101년 전의 그날을 생각한다. 어려울수록 힘을 다하여 연대하는 것이 100년을 이어온 3·1독립운동 정신이다. 우리 역사의 고비마다 광주는 앞장서 의로운 선택을 해왔고, 그때마다 역사는 한걸음씩 발전했다. 고통에 처한 대구시민들과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해 손을 내민, 이번 광주의 선택을 많은 사람들이 오래 기억할 것이다.

아, 우리들의 도시 대구여, 광주여! 당신들을 응원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보입니다.


정찬열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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