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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핏줄의 힘, 연대의 힘

입양된 부모에서 성장하고 또 더러는 성공도 한 사람들이 커서 굳이 친부모를 찾아 나서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키운 부모와 낳은 부모 사이에 자칫 갈등이 생길 수도 있는데 헤어진 자식들은 왜 그래야만 하는가. 입양은 아니지만 자식을 미국에 데려와 키우는 이민자 부모에게는 특별한 느낌이 있다. 핏줄이 무엇 이길래….

2014년 1월 알츠하이머병으로 정계를 은퇴한 신호범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해답이 나온다. 한국전쟁의 소용돌이에서 5살 때 고아가 된 신호범 소년은 거리의 부랑아로 떠돌다가 고마운 미군 병사를 만나 유타주로 입양됐다. 성장해 대학 교수에, 워싱턴주 5선 상원부의장까지 올라 입양아 출신으로는 드물게 보는 성공사례였다. 그렇게 성공한 신호범 의원에게도 꼭 풀고 지내야 일이 있었다.

서울에 가서 아버지를 만나 왜 자기를 버렸는지 듣고 싶었다. 번번이 자리를 피하던 아버지는 어느 날 불시에 찾아간 아들 앞에서 ‘그때 살 길이 없어 너를 할머니한테 맡겨 놓고 머슴살이를 떠났다’는 고백을 했다. 부자는 뒤엉켜 펑펑 눈물을 흘리며 화해를 했다.

그후 신 의원은 자기를 버렸던 아버지와 새어머니 그리고 5명의 이복형제들을 모두 미국에 초청해 같이 살았다. 화해는 사랑의 첫걸음이다.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자식들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존재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도 그렇고 살아는 있지만 자주 만나지 못하는 어머니도 그렇다. 이민자들에게 고국은 어머니이자 어머니 나라다. 그 어머니 나라가 코로나19로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국가적 재앙을 겪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민자들은 발을 동동 구른다.

‘어쩌지, 어쩌지…’ 가슴만 태우다가 지난 주 LA의 여러 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마침 그날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에도 퍼지면서 LA카운티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러나 거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엄청난 재난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고국의 동포들, 의료진을 위해 해외동포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만 걱정하고 있었다.

1998년 IMF사태 시절, 그때도 그랬다. 위기를 벗어나는 일에는 한 사람 보다는 두 사람의 힘이, 두 사람보다는 여러 명이 함께하는 연대의 힘이 큰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국난 극복에 국내 동포와 해외 동포 모두가 연대하는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 시민들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일에는 남가주호남향우회가 앞장서기로 했다. 2009년 대구와 광주는 대구의 ‘달구벌’과 광주의 ‘빛고을’에서 한자씩 따와 ‘달빛 동맹’이라는 협약을 맺어 두 도시간의 경제교류는 물론 동서화합의 다리를 놓고 있는 중이다. 영호남의 화해 끝에 이어지는 사랑이라 한결 의미가 있는데다 지금같이 어두울 때 비추는 ‘달빛 동맹’은 더욱 빛이 난다.

봄은 왔건만 어느 해 보다 슬픈 봄을 보내고 있다. 이때 쯤 한하운 선생은 ‘보리피리’를 불렀다.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필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필 늴리리….’ 숨이 차 오르는 언덕길을 필 닐리리 필 닐리리, 그래도 참을성 있게 올라가노라면 거기 봄 언덕과 꽃 청산이 기다리고 있을까. 힘에 겹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손잡고 걸어가는 우리 민족의 모습을 본다. 핏줄의 힘이다. 연대의 힘이다.


김용현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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