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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내가 코로나 감염자처럼 보였나?”

겁난다. 가기 싫다. 코로나19. 나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리란 생각은 못했다. 반 년 전에 예약을 했고 완불 상태인 캐나다 밴프 스키여행이다. 게다가 평생 두어 번 만난 조카딸이 함께하기로 했으니 섣불리 뒤집기도 난처했던 상황이다.

스키클럽 회원 76명이 참가하는데 아시안은 나와 조카뿐이다. 모두 LA공항에서 떠나고 조카는 동부 볼티모어에서 따로 와서 캘거리에서 만나기로 되어있다. 안정이 안 되고 가슴이 두근대고 도무지 여행 기분이 안 난다.

비행기 안에서 바이러스를 걱정하는 낌새들이 전혀 없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도 없다.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 콜록콜록 소리가 들리면 행여 기침하는 사람의 뭔가가 내게 튈 까봐 불안해서 못 견디겠다.

입국 수속 중에 나만 따로 부른다. 하나씩 패스해서 나가는데 왜 나를 지목한 걸까? 몸이 후끈 열이 오른다. 나를 두고 나가는 회원들의 걱정스러운 표정들이 심각하다. 어쩌지? 여기서 격리되는 건가? 완불한 여행비용 포기하고 오지 말 걸 그랬나? 남편이 알면 놀랄 텐데. 아이고 숨이 막힌다. 나 혼자 여기서 어쩌라는 거야? 하늘에 던져 드리고 맘 편히 먹기로 했다.



불려간 카운터에서 자신 있게 왜 불렀냐고 따졌다. 기계로 자동 입국수속하고 사진까지 찍었는데 백지가 나온 거다. 별일 아니란다. 가끔 기계의 오작동으로 다시 입국수속이 필요하단다.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빨간 마킹펜으로 체크를 해 내려간다. 기계로 수속할 때 대답을 망설인 질문이 있다. 고기류(Meat Product) 소지했냐는.

비행기 도착 후, 캘거리에서 밴프로 두어 시간 가는 버스 안에서 저녁식사를 해결하라는 사항이 있어서 각자 나름대로 준비한 음식인데 난 스테이크다. ‘예스’라 하면 복잡해질 게 뻔하다. ‘노’라 하면 거짓말이 된다. 가슴이 벌렁댄다. 기회는 반반이다. 거짓말 하자. 코로나 바이러스 가능성 때문에 지레 겁먹었고, 이번엔 도시락에 스테이크가 있어서 초주검이 된다.

무사히 캘거리 공항을 빠져 나오며 몇 회원들이 내게 와서 묻는다. 왜 따로 불렀니? 괜찮은 거니? 우린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바보 같은 기계가 오작동이었다고 당당하게, 난 놀라지도 않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해줬다. 그들 뒤로 일찍 도착해서 혼자 기다리던 조카가 다가와 반갑게 안아준다. 그 순간 난 와르르 무너지며 힘이 빠진다.

한국어가 불편한 조카에게 맘 조렸던 시간들을 얘기하면서 볼멘소리를 했다. 아시안이 나 혼자라서 그랬다고. 차별대우 당했다고. 억울하고 분하다고. 신경질난다고. 어른답지 않게 못난 모습을 조카에게 보였다. 어른과 애가 뒤 바뀐 상황이다. 자기 비행기에는 아시안이 여러 명 있었는데도 한 사람도 안 불러냈었다며, 기계로 응답할 때 고모가 뭔가 잘못 터치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나. 계집애 누가 변호사 아니라 할까봐 나한테까지 잘난 척이네.

어서 이 재앙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불안에 떨며 뉴스 보기도 싫다. 더 많이 기도하자.


노기제 / 통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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