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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방역기관만이 소비 살릴 수 있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띄어쓰기도 안 해 더 난해해 보이는 이상의 ‘오감도’다. 흔히 현대의 불안 의식을 다룬 초현실주의 시로 분류되지만 화장지를 사재기하는 풍경 옆에 세우면 꼭 초현실주의로 보이지도 않는다.

무서워서 질주하는 것인지, 질주하다 보니 무서워진 것인지 모를 불안감은 증시도 마찬가지다.

그 불안감은 2018년 12월에 시작됐다. 당시 증시는 2008년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최장기 상승장을 구가하고 있었다. 자신감이 든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정책 수단 확보를 위해 금리를 올렸지만, 다우지수는 2만1000대로 훅 내려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바꿀 듯 격노했다. 다시 금리를 내리자 다우는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에 3만 돌파를 눈앞에 뒀다.



그리고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퍼졌다. 이때까지 미국과 유럽은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다우는 끄떡없었다. 중국이라는 생산라인, 공급에 조금 문제가 있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코로나가 이태리로 번지자 상황은 달라졌다. 생산라인 일부가 아니라 소비시장까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다우가 하락하자 그제야 미국은 대응을 시작하지만 거듭 악수만 두었다. 최장기 상승장 때 했던 것처럼 주가가 떨어지면 금리를 내리거나 양적완화로 대응했다. 문제는 지난 10여년 잘 들었던 칼이 이번엔 들지 않았다.

다우가 10% 하락하며 조정구간으로 들어갔을 때 기준금리를 0.50%나 내렸지만 주가는 하락했다. 하락장 구간인 20% 하락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급여세 제로’를 선언했지만 다우는 10% 떨어졌다. 경기침체 구간인 30%까지 밀릴 때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자 주가는 10% 가까이 반등했다.

해답은 이미 나왔다. 지금 주가를 올리려면 금리 인하가 아니라 코로나와 싸워야 한다. 코로나와 싸울 각오를 드러내고 전략을 밝혀야 한다.

미국에게도 지금까지 무너지지 않을 기회가 한 번 있었다. 연방 하원에서 열린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방역기관 청문회가 황금의 기회였지만 CDC 등은 처참하게 기회를 날렸다.

방역의 전략이나 전술이 없는 것은 물론 앞으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아무것도 밝히지 못했다. 코로나가 전 세계로 번지는 2개월 동안 미국 방역기관은 손 놓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처럼 끝까지 막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방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독일처럼 국민의 60~70%가 감염될 수 있으며 방역역량을 소진하지 않으면서 관리하겠다고 현실적인 대응을 선언한 것도 아니다.

그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파월 의장 교체를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일요일인 15일 기준금리 1% 인하를 발표했다. 전격적이고 선제적이었지만 16일 시장은 다우 11% 하락으로 응답했다. 미국의 금리는 0%로 돌아갔고 다시 양적 완화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파월 의장이 아니라 방역기관을 닦달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이 심각한 것은 소비가 멈추었기 때문이다.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의 70%를 차지한다. 거리가 비고 소비가 멈춘 지금의 상황은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고 세금을 깎아준다고 풀리지 않는다. 방역기관이 나서야 한다.

메르스 이후 중국을 오가는 관광객은 12배 증가했다고 한다. 역사상 유례없이 급증한 인간의 이동성을 타고 코로나는 사방으로 번졌다.

한국을 제외하면 어느 나라든 지금의 속도와 규모에 대처할 방역기관은 없어 보인다. 그래도 미국의 방역기관은 싸우겠다는 결연함을 보여야 한다. 멈춘 소비를 가장 이른 시간에 돌릴 방법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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