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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우리는 거대한 물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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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09/03/26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09/03/25 19:36

안유회/문화부 데스크

2002년였을 것이다. 거대한 물결이 시작된 것은.

그 해 한국은 월드컵 4강에 올랐다. 가장 경악한 것은 아마도 한국인 자신이었을 것이다. 한국 축구와 월드컵 4강. 상상할 수 없었던 조합이 꿈틀대며 전설을 만들기 시작했다.

반신반의. 제 살을 제가 꼬집어야 할 정도로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한 번도 꾸어보지 않은 꿈은 너무 벅찼을까. 꿈 같은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논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있다.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한 것이다.'

그리고…김연아와 박태환이 등장한다.

김연아는 2006년 ISU 세계주니어 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고 마침내 같은 해 12월 시니어그랑프리 4차대회에서도 우승한다.

2007년. 박태환은 제12회 국제수영연맹 세계 선수권 대회 남자 400m에서 우승한다. 한국인 최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딴다. 역시 한국인 최초. 아시아 선수로는 일본에 이어 72년 만이다.

수영과 피겨 스케이팅. 지금까지 한국인들에겐 부자들의 스포츠였고 세계대회 우승은 남의 일이었다. 월드컵 4강 만큼 상상이 안 가는 일이었다.

비슷한 시기인 2006년 한국 야구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4강 2009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을 거쳐 제2회 WBC에서 야구판 '월드컵 기적'을 재현한다.

2002년부터 시작된 한국 스포츠의 놀라운 성과는 단발성의 사건에 머무르지 않는다. 하나의 거대한 물결을 이룬다. 한국의 축적된 역량은 삼성과 LG 현대 등 세계적 기업을 낳고 한류를 낳고 스포츠로 확산되고 있다. 연속성과 방향성이 있는 물결이다. 파도처럼 전분야에서 세계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한국 스포츠의 잇단 쾌거는 이 물결이 대세임을 말해준다. WBC 결승 한국-일본전 7회초. 1루에서 2루로 달린 나카지마는 더블 플레이를 벌이는 2루수 고영민의 무릎을 두 손으로 밀친다. 명백한 반칙이자 더티 플레이다. 이 장면은 일본도 이를 악물고 경기를 해야 한국을 이길까 말까한 상황임을 잘 보여준다.

거대한 물결은 미국에서도 일고 있다. 오바마 정부 들어 백악관에 입성한 한인들이 9명이다. 국무부 법률고문에 지명된 고홍주 예일법대 학장의 형인 고경주 하버드대 부학장은 연방 보건부 차관보에 지명됐다.

형제가 연방정부 차관급에 동시 지명된 것은 미국 정치사상 처음이다. LA폭동 때 정치력이 없어 당했다고 정치력을 키워야 한다고 서러워한지 20년이 채 안되는 시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학계에서도 강성모 머시드 캘리포니아 총장이 탄생하면서 메이저 대학 최초로 한인 총장이 나오더니 다트머스대에선 김용 총장이 선출됐다.

아이비 리그 총장 탄생은 한인 뿐 아니라 아시안 전체로도 처음이다.

흔히 발전은 계단식이라고 한다. 개구리가 뜀을 뛰듯 일정 기간 축적되고 응축된 힘이 한 번에 터져나온다는 것이다. 자식교육에 모든 것을 건 한인 1세대들의 땀이 도약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이는 물결은 결국 하나로 만날 것이다. 한국 선수들은 '명품 경기'를 펼치고 한인 관객들은 '명품 응원'을 펼친 WBC 결승 장면은 그래서 꽤 상징적이다.

우리는 에너지 덩어리다. 거대한 물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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