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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TALK] #KeepPlaying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공포에 사로잡혔다. 시시각각 늘어가는 숫자를 이야기하는 것도 이젠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이다. 지금보다 나빠지면 얼마나 더 나빠지겠냐며 낙관을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바닥을 치기까지는 한참 더 내려가야 한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코로나19로 시작해서 끝나는 요즘이다. 사람들의 삶의 구석구석에서 신음과 비명이 들려온다. 대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중소상공인들의 이어지는 한숨은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의 숨을 옥좨온다. 공연예술 종사자들은 그야말로 아무런 해법이 없다. 특히 뉴욕은 역량 있는 아티스트라면 프리랜싱으로 살아가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곳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뉴욕은 프리랜서 예술가들이 돌리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링컨센터나 카네기홀과 같은 하드웨어에 콘텐츠를 채워가는 일은 메트 오페라나 뉴욕 필하모닉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프리랜서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정기적으로 사례가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별로 계약이 이뤄지는 형태로 움직인다는 말이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모임과 행사를 금지하고 있는 요즘, 이들의 설 무대는 없다.

베를린을 베이스로 하는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베토벤 축제가 열리는 본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이 페스티벌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취소된 데 이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미츠코우치다와 함께 할 계획이었던 미국 투어 일정 역시 취소되었다. 오랜 기간을 준비하고 기대했던 악단의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원들은 돌아가며 집, 혹은 연습실에서 짧은 연주 영상을 찍어 매일 유튜브에 올리며 그들의 연주를 온라인에서 이어가는 운동을 하고 있다. 바로 ‘#KeepPlaying’ 캠페인이다.

지난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텅 비어있는 홀에서 베토벤의 전원교향곡 연주를 실시간으로 중계했고, 이에 수많은 사람이 반응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Nightly Met Opera Streams’를 발표해 매일 저녁마다 작품을 선별하여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시청하도록 하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역시 ‘Digital Concert Hall’를 무료로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몇 년 전, 건축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반평생을 살아온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흥미롭게도 이분의 유일한 취미가 악기 수집이었다. 집을 짓고, 부수고, 고치는 일을 하다 보면 가끔 버려진 악기를 발견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까지 웬만한 악기는 다 모았다고 했다. 그중에는 조금만 손보면 연주가 가능할 만한 것들도 있어서 몇몇 악기들을 틈틈이 배운다고 말했다. 버려진 악기를 어루만지고 소리를 이어간다는 그 어르신의 담담한 이야기가 울림으로 남아있다.

당장의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도, 법원에서 판결을 내리는 법조인도, 그리고 상대와 몸을 부딪치며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운동선수에 이르기까지 모두 멈춰 섰다. 자신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게 되는 오늘, 음악은 당신의 마음이 기댈 수 있는 좋은 위안이 될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더 음악이 필요하다.


김동민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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