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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팬데믹이 만들 새로운 미국

최인성 / 기획콘텐트부장
최인성 / 기획콘텐트부장 

[LA중앙일보] 발행 2020/03/24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20/03/23 19:15

출근길 라디오에서 뉴욕의 한 빌딩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속보가 다급한 목소리로 반복됐다. 공식적인 피해 내용보다는 화재가 났다는 사실과 그 원인이 비행물체와의 충돌이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We haven't seen anything like this, America will never be the same(생전 이런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제 미국은 예전과 다른 나라가 될 겁니다).”

이후 이어진 당국의 발표에 방송 진행자들이 가장 많이 내놓은 말이다. 2001년 9월 11일 아침의 기억이다. 벌써 19년 전의 일이다.

정말 그랬다. 수만 명이 매일 출근해서 일하는 가장 번잡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중 하나에 대형 민간항공기가 충돌했으며, 10여 분 뒤 건너편 빌딩에도 화염이 치솟았다. 미국 최대의 '흑역사'순간이었다.

당시에도 예상됐지만 미국 현대사는 9.11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다. 특히 이민자들에게는 더욱 처절하게 그랬다.

적어도 9.11 이전의 미국은 '웰컴 투 아메리카'그 자체였다. 유학생이든 방문객이든 누구나 사회보장국 사무실에서 소셜번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때 미국 생활을 했던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대부분은 '운전면허 시험을 보기 위해'필요하다며 소셜번호를 받곤 했다. 뿐인가. 불법체류자도 메디캘을 받아 돈을 들이지 않고 출산을 할 수 있었고 아이는 바로 시민권을 받았다. 시민권자 아이를 돌본다는 이유로 부모의 추방이 미뤄지기도 했다.

당시엔 집을 사는 데 필요한 돈들이 어떤 방식과 경로를 거쳤는지 묻지 않았다. 누구나 현금이 있으면 투자할 수 있었고 부동산을 구입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그 돈의 출처가 해외인지, 국내인지, 번 돈인지, 선물로 받은 돈인지 증빙하지 않으면 다운페이먼트로도 쓸 수 없었다. 테러범들이 이용한 다양한 돈세탁 방식이 밝혀지면서 도입된 규정이다.

'생전 보지 못했던' 9.11을 겪으면서 미국은 예전에 없이 까다로워졌다. 국내선을 타도 2~3시간 전에 공항에 가야하며 허리띠와 신발을 모두 벗어야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다. 9.11이 만든 새로운 풍경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는 미국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팬데믹으로 미국의 경제가 위축되고 일상의 불안함까지 생겨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모두들 눈앞에서 사라진 화장지와 키친타월들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기관이 민간 비즈니스 활동을 강제로 중단시키고, 학교와 항공기가 멈춰섰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불거진 문제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보건시스템이 달라질 것이며,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또 한 차례 진화할 것이다. 물론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동반할 것임이 분명하다.

경기 위축은 아마도 가장 강하게 미국을 강타할 것이다. 4월 이후로 페이먼트를 내지 못해 차압 매물은 상승할 것이며, 홈리스 숫자는 늘어갈 것이 불보듯 훤하다. 묵혀둔 펀드와 자금들이 세상의 빛을 보게되는 순간이 온 것이다.

팬데믹은 미국을 또다른 모습으로 이끌 것이며, 미국인들도 달라질 것이다. 물론 저항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모든 변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고 해도 여유있고 너그러웠던 일상의 문화가 자리를 잃게 될까 봐 걱정이다. 동시에 국내의 결손을 막기 위해 타국에 양보를 강요하는 외교정책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미국 사회의 불안과 외교위기라는 또다른 걱정들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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