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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코로나 신드롬 ’

이희숙 / 수필가
이희숙 / 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 2020/03/24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20/03/23 19:17

어릴 적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놀이를 했다. 술래가 "무궁화꽃이…” 외치며 눈을 감고 있다. 멀리 서있던 친구들이 그 사이에 몰래 발걸음을 떼어 목적지로 다가간다. 구호가 끝나면 부동 상태로 정지해야 한다. 이때 움직이는 모습을 술래에게 들키면 잡힌다. 잡힌 애들은 손을 잡고 옆으로 연결하여 때를 기다린다. 요즘 우리가 이 게임을 하는 듯하다.

딸은 새벽부터 학생을 위한 온라인 수업 준비에 바쁘다. 몸이 조금 이상하면 “내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게 아닐까?”라고 '코로나 신드롬'을 보인다.

심지어 양로병원이 문을 닫았다. 두 달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져 혼자 음식을 잡수시지 못하는 엄마조차 방문할 수 없다. 집안에서만 생활해야 한다. 우리 20여 명 가족은 할머니 추모 예배를 화상채팅으로 드리기로 했다. 이웃에 대한 배려라 생각하며.

집에 머무르며 무엇을 하며 지낼까? 가족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둔다.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고, 미처 하지 못한 집안일을 해보자. 뜰에 나가니 손봐야 할 나무가 눈에 띈다. 텃밭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걷어내고 씨를 뿌려야겠다.

3년 전 워싱턴 DC를 방문했다. 포토맥강 주변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를 잡아 계획을 세웠다. 3월 초에 꽃봉오리를 터뜨리던 벚꽃이 갑자기 몰려온 강추위에 얼어 죽었다는 비보를 들었다. 일정을 연기할까? 망설이다 비행기표와 호텔을 취소하기가 번거로워 그냥 추진하기로 했다. 웬일인가. 우리가 도착한 3월 말 링컨 대통령 기념관과 강 주변은 연분홍빛 꽃잎이 흩날렸다. 얼었던 꽃의 옆 가지에서 새로운 꽃잎을 피운 게다.

캘리포니아에도 벚꽃이 활짝 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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